백남준 20주기 맞아 제1회 백남준미디어아트페스티벌 '백남준의 행성' 개막


김윤서 학예연구팀장의 전시 브리핑과 기자정담회 현장


임용주 퓨처사운드랩의 〈굉 : Cosmic Human Symphony〉 개막 퍼포먼스 프리뷰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 20주기를 맞아 2026년 7월 16일부터 2027년 2월 14일까지 경기문화재단 주최, 백남준아트센터 주관으로 제1회 백남준미디어아트페스티벌 '백남준의 행성'을 개최한다. 7월 16일 열린 기자정담회는 최진호 기획운영팀장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의 페스티벌 소개와 김윤서 학예연구팀장의 페스티벌 브리핑이 이어졌다. 이후 임용주 퓨처사운드랩의 개막 퍼포먼스 프리뷰 관람, 전시 투어, 질의응답 순으로 마무리되었다. 현장에는 전시에 참여한 박소영, 언해피, 임용주(퓨처사운드랩) 등 작가 및 퍼포머들과 다수의 취재진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제1회 백남준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은 백남준의 이름으로 열리는 첫 글로벌 미디어아트 축제로, 그의 예술정신을 전시, 퍼포먼서, 학술, 기술랩, 대중 프로그램 속에서 현재형으로 되살리고 미래 문화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페스티벌 총감독을 맡은 박남희 관장은 정담회에서 페스티벌의 출발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백남준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의 가장 큰 목표는 백남준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레거시가 동시대와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음악에서 시각예술, 위성예술, 레이저예술, 비디오 조각에 이르기까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백남준의 예술 형식이 이번 페스티벌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되고 실험될 수 있도록 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페스티벌은 매해 다른 주제로 열리며, 시점은 백남준의 생일인 7월 20일 전후로 고정될 예정이다.

김윤서 학예연구팀장은 백남준아트센터 관내 프로그램을 '행성', 관외 대외협력 활동을 '위성'으로 기획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이번 페스티벌 백남준의 행성은 달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동양의 나라 한국에서 진행되는 것이고, 지금 이 시점에서 백남준의 행성적 사유를 동시대 예술가들과 함께 질문하고 현재진행형으로 작동시키는 장치다”라고 박남희 관장의 말을 인용하며 브리핑을 마무리했다. 


백남준, 〈UFO를 기다리며〉, 1992, 청동, 석재, 플라스틱, 콘크리트, 3부작, 322.6 × 457.2 × 614.7cm, 스톰킹아트센터 소장

제1회 페스티벌 주제 '백남준의 행성'은 별-행성-위성-미디어 네트워크로 이어지는 백남준의 우주적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영문 주제 'Waiting for UFO'는 백남준이 1992년 미국 스톰킹 아트센터에 설치한 동명 작품 〈UFO를 기다리며〉(1992)에서 따왔다. 부처상과 텔레비전 수상기, 백남준의 데드마스크가 하늘을 향해 무언가를 기다리는 이 작품 앞에서 박남희 관장은 '백남준은 여전히 우주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는 생각을 했고, 이것이 백남준이 1990년을 전후해 93년까지 집중했던 '행성 시리즈'에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별, 괘卦(Stars, Trigrams)》 1층 전시장 전경

페스티벌의 중심에는 7월 16일 동시 개막한 두 전시 《별, 괘卦(Stars, Trigrams)》와 《달들(Moons: The Bright Rainbow Dots)》이 있다. 1층 《별, 괘卦》는 강연섭 학예사가 기획을 맡았다. 강연섭 학예사는 '제목인 별과 괘는 전시를 잇는 두 축'이라고 소개했다. '별'은 개인과 지역을 넘어 우주적 차원으로 확장된 백남준의 사유를 뜻하며, '괘'는 주역에 등장하는 기호체계로 백남준이 세계를 변화와 관계의 질서로 읽어낸 방식을 가리킨다. 특히 '괘'는 백남준 예술에 흐르는 동양철학적 세계관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된다.


백남준, 〈TV 부처〉, 1974/2002

전시 '별'은 〈시리우스〉·〈비너스〉(1990) 등 1990년대 행성 연작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특히 〈버추얼 비너스로 향하는 우주선〉(1991)은 높이 5미터가 넘는 대형 설치작으로, 알루미늄 구조물과 텔레비전, 19세기 석조 불두가 결합돼 있으며 이번 전시를 위해 중국에서 대여해 국내에는 처음 소개된다. 이들 작품은 백남준이 우주를 고정된 질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신호와 매체가 교차하는 전자적 세계로 사유했음을 보여준다. 전시 '괘'는 주역의 괘, 선불교의 사유, 문자와 신체, 텔레비전과 전자 신호가 맞물리며 하나의 의미로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다른 맥락을 만들어내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TV 부처〉(1974/2002)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판화·아카이브 등이 함께 전시되며, 민화 속 호랑이와 플럭서스의 퍼포먼스 기록, 백남준의 과거 작업과 노래하는 모습을 교차시킨 〈호랑이는 살아있다〉(1999)로 전시는 마무리된다.


《달들(Moons: The Bright Rainbow Dots)》 2층 전시장 전경

2층 전시 《달들》은 이혜현 학예사가 기획했다. 이혜현 학예사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태양계의 위성들을 통칭 '달들(Moons)'로 정의하며, 891개의 달이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착안해 전시를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백남준이 1965년 〈달은 가장 오래된 TV〉를 만들 당시 이미 다양한 형태의 복수의 달을 통해 우주 안에서 존재하는 방식을 예견했을 것이라는 데서 전시가 출발했다는 것이다.


우주여행자 언해피, 〈센타우루스자리 팔의 가장 자리에 서서〉, 2026, AI 생성 영상, 책, 가변크기, 24분


이지연, 〈얼룩무지개숲 7-1〉, 2026, 나노필름, 탄소봉, 실리콘링, 3D프린팅, 나노복제기술_2026, 지름 320 cm

전시는 백남준의 〈해왕성〉(1991), 〈거북〉(1993)을 중심으로 백남준의 행성적 사유를 조명하며, 백남준과 공명하는 동시대 작가 김덕희, 박소영, 우주여행자 언해피, 이지연, 박고은이 함께 참여하여 그가 바라본 우주를 오늘의 관객에게 새롭게 제안한다. 박소영 작가는 인간과 비유기체적 생명의 관계를 탐구한 4개의 연작을, 언해피 작가는 500년 후 인류의 우주여행을 그린 SF소설을 시각화한 〈센터우루스자리 팔의 가장 자리에 서서〉(2026) 작품을 각각 직접 소개했다. 이밖에 이지연 작가는 반도체 신기술 필름을 활용해 빛의 다양성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신작 〈얼룩무지개숲 7-1〉(2026)을 선보였다. 전시는 관람객이 직접 조형물에 올라 작품을 조망할 수 있는 관측대 형태의 장치를 마련해, 1층과 2층의 서사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왼쪽부터) 박남희 관장, 강연섭 학예사, 이혜현 학예사, 김지수 학예사, 최진호 기획운영팀장

7월 16일부터 20일까지 약 4일간 진행된 개막주간 퍼포먼스는 김지수 학예사가 기획했다. 김지수 학예사는 질의응답에서 '이번 퍼포먼스에서 집중한 것은 여러 장르를 모아 보여주는 것'이었다며, “백남준이 상상했던 다양한 장르가 오가고 교차하는 가운데 관람객이 스스로 자신만의 공연을 만들어가는 구조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개막일인 7월 16일에는 임용주 퓨처사운드랩의 〈굉: Cosmic Human Symphony〉를 시작으로, 채얼 aka 전인정의 퍼포먼스, 김바울&Kyna의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7월 17일에는 박다희의 라이브 코딩 렉처 퍼포먼스와 글렌의 레이저 퍼포먼스가, 18~19일에는 음이온의 '개기일식 기다리기'가, 20일에는 방지원과 굿패들의 '백남준생일굿'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다다익선〉과 백남준아트센터를 잇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페스티벌의 향후 방향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박남희 관장은 “지속 가능한 하나의 제도로 정착했으면 한다”며, “미디어아트를 시각예술로 한정하지 않고 퍼포먼스 등 시간예술, 나아가 과학기술과 인문학까지 장르의 경계 없이 연계되는 방향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또 “백남준 아트센터는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지만, 그 집을 오래 살게 하는 것은 그를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무대 삼아 더 많은 예술가들이 협업하고 즐기는 것”이라고 페스티벌의 취지를 강조했다.

전시는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며, 페스티벌의 여러 프로그램 및 행사는 PSK홀딩스 판교캠퍼스 NJP라운지, 이화여대 EMAP 2026, 한국영상자료원과 협력하여 다른 공간으로 확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