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비엔날레의 계절이 돌아왔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각종 비엔날레 형태의 국제전이 전국적으로 20여 개를 상회하는 형편이다. 인구 규모와 미술계의 실질적 자생력에 견주어볼 때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밀집도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경기도자비엔날레, 청주공예비엔날레 등 역사와 규모를 갖춘 대형 국제행사외에도 각 지자체가 지역 활성화와 문화관광을 명목으로 신설한 군소 비엔날레들이 난립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행사의 범람은 한정된 미술인력과 예산을 분산시켜 큐레이터의 한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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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크라이나 무인 열병식 영상을 보며 낯선 장면과 마주했다. 거리를 행진하는 것은 군인이 아니라 로봇들이었다. 그러나 불편하게 다가온 것은 로봇 자체가 아니었다. 전쟁에서 인간을 대신해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기술은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필요할 수 있다. 더 낯설게 다가온 것은 그 장면에서 사람들의 부재였다. 행진하는 군인뿐 아니라 행렬을 거리에서 바라보는 시민들까지 화면에서 보이지 않았다. 열병식은 본래 인간의 몸을 집단의 질서 속에 편입시키는 행사다. 군인들은 제식훈련을 통해 오와 열을 맞추고 같은 자세와 보폭을 반복한
더보기자료실에서 장기보존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미술잡지를 넘기다 낯선 그림 한 점에 시선이 멈췄다. 대한제국 황제 고종이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장면이었다. 《자화상-나를 보다》(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2019.3.1-4.21)에 출품되었던 이 그림은 정면을 응시하며 위엄을 드러내는 기존 어진과 달리, 몸을 비스듬히 돌린 채 거울 속 자신과 마주하고 있는 고종의 모습을 담고 있다. 12장복과 12류 면류관을 갖춘 황제의 모습이지만, 실제 인물보다 거울에 비친 형상이 더 크고 당당하며 얼굴도 밝고 온화하다. 그림 오른쪽에는
더보기최재덕(崔載德, 1916-?)은 경남 산청의 대지주 집안 출신으로 다이헤이요(太平洋) 미술학교에서 수학했고, 《조선미술전람회》 및 일본의 《이과전》, 《신제작파전》 등에 출품했다. 해방공간과 6·25의 혼란기에 좌파 미술단체에 참여했다가 월북한 탓에, 지금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많이 멀어진 작가이다. 그렇지만 ‘신미술가협회’라는 민족주의 작가 동인과 더불어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잊힐 수 없는 작가이기도 하다. 김병기는 그의 그림을 일러 ‘두툼한 보나르(Pierre Bonnard) 같은 어리숙한 그림’이라 회고했는데, 두터운 질감, 평면
더보기황술조(黃述祚, 1904-39)는 구본웅(具本雄)의 유품에서 34매의 흑백 도판이 실린 작품 사진첩이 발견(1970년대 초)되기 전까지는, 또 경주 황오동의 형(황찬조) 집에서 다수의 유작이 확인(1974)되기 전까지는 실체 없이 이름만 전해지던 양화 도입기 화가였다. 생전의 신문 기사나 친우들의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작품세계의 전모가 이때 드러나기 시작했고, 병풍을 배경으로 탁자에 기대앉은 여인, 연못의 수련, 정물 배경의 나부, 경주 일원의 풍경 등 다채로운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존재했음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자화상>(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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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우리원, 발견과 해방으로 연결하고 축적
한국 현대미술관 제도에서 큐레이터는 종종 스펙터클한 전시를 무대 위에 올리는 연출가로 소비되곤 한다. 매번 새로운 담론과 스타 작가를 호명하고, 화려한 개막과 막을 내리면 모든 것이 휘발되는 이벤트의 연속. 과연 미술관은 새로운 문화상품을 쏟아내는 소비의 공간이어야 하는가? 여기, 끊임없이 새로움을 생산하고 폐기하는 전시장 너머로 시선을 돌려 미술관이라는 제도 자체의 심장부를 들여다보는 한 큐레이터가 있다. 2018년부터 대전시립미술관의 현장을 지켜오며 연구와 수집, 보존과 전시, 교육과 공공성을 하나의 생태계로 엮어내는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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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곽대원, 민의 시대 저 너머로
곽대원은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 현대미술 현장을 지키며 미술과 사회, 대중문화와 정책, 국제교류와 음악의 경계를 가로질러왔다. 그는 민중미술 운동의 중심 거점이었던‘그림마당 민’의 기획실장으로 출발해, 제1회 광주비엔날레에서 《광주 5월 정신전》을 기획했다. 이후 만화·애니메이션 비평과 축제 조직, 문화정책과 콘텐츠 산업으로 영역을 넓혔으며, 베를린 평화 프로젝트 기획과 싱어송라이터 활동에 이르기까지 장르나 제도에 갇히지 않는 유연한 실천을 이어왔다. 1986년부터 1993년까지 7년간 활동한 인사동 ‘그림마당 민’에서 그는 2
더보기75.11.8 오후 6시 30분 장(욱진)선생 댁에서 생세계의 주제하에 고사를 지냄. 참가자는 회원전원이었으며 그 밖의 동석자는 석도륜, 이춘기, 오경환 등이었으며 최관도 씨가 보이지않음. 한국의 막걸리, 돼지머리 등으로 흥을 돋우었음. 이 자리에서 장선생은 춤을 추었으며(곧 끝났지만), 장선생님 부인 이여사도 춤을 추었다. 한편 김정도 서장(序章)에 춤을 추었다. 그 밖에 토의된 사항들 없었음. 이만익씨 부인이 한국 고유의 춤을 추어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75.12.22 4월말부터 5월초 문헌화랑에서 소품전 예정. 12월 3
더보기야마다 신이치 심사평 천후궁(天后宮) — 나혜석(羅蕙錫)씨 조선 여성계의 선구자로서 마땅히 경외를 표할 뿐 아니라, 이 그림을 작년의 「낭낭묘(娘娘廟)」와 비교할 때 그 놀라운 진보에 더욱 경의를 표하게 된다. 이 그림의 성공은 오로지 구도에 있는 것이 아닐까. 제 바람을 말하자면, 자주색을 대신할 색채 연구를 한 가지 더 해주었으면 한다. 탁상정물(卓上靜物) — 백남순(白南舜)씨 내가 아끼는 제자이다. 진지한 연구가이며, 청정함과 겸허함이 이 사람의 아름다운 인격이다. 그림은 아직 독자적인 경지에 들어서지는 못했지만, 지금의 태도
더보기30여 년간 국제 미술계에서 이어져 온 구정아의 여정은 2024년 제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을 거쳐, 국내 최대 규모의 개인전 《구정아: 우스모스》로 개최된다. 1990년대 초기작부터 리움미술관을 위해 제작한 신작까지 약 35점의 작품은 M2 전시실을 넘어 로비와 고미술 상설전시실, M2 창밖의 옹벽 틈까지 미술관 곳곳에 전시된다. 구정아는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만들며 평소 의식하지 않았던 것을 발견하게 한다. 구정아의 작업은 눈앞에 완성된 오브제로 주어지기보다 관람자의 주의와 우연한 발견을 통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시
더보기개념미술의 선구자 솔 르윗의 1960년대 흑백구조물에서 출발해 후기의 색채 작업과 아카이브에 이르기까지 전 시기의 작품 45점 전시
롯데뮤지엄은 《이강소:일어나고 사라지는》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강소를 오늘날의 시선에서 새롭게 조명하며 회화, 조각, 설치 등 1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조각과 판화 작품을 대규모로 구성하고, 한국화 신작을 최초 공개하며 시대와 매체를 넘나들며 확장해온 이강소의 예술세계를 폭넓게 보여준다. 전시명 ‘일어나고 사라지는’은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마다 새로운 의미가 발생하고 변화하는 이강소의 작품세계를 함축한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이강소의 예술관을 바탕으로 작가가 반세기 넘게 이어온 창작의 과정을 정
더보기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이대원의 최초 대규모 회고전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를 개최한다. 이대원(1921–2005)은 ‘화단의 신사’, ‘색채의 마법사’,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화가’라는 수식어와 함께 과수원과 산, 연못을 원색의 점과 선으로 채운 작품으로 익히 알려져 온 작가로 밝음이 작가의 타고난 낙천성으로 해석되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생동감 넘치고 명랑한 색채가 작가의 기질 때문이라는 해석을 넘어 한국의 전통 공예와 동양화의 조형 원리를 오래 연구하고 화면 안에서 변용해
더보기청주시립미술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마련한 특별전 《청주 현대미술: 지금, 여기의 감각》은 청주를 중심으로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온 스무 명의 원로·중진 작가와 함께 그동안 축적해온 전시와 연구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역 미술의 오늘을 마주하고자 한다. 본 전시는 청주 현대미술이 지닌 두 층위를 보여준다. 1층 전시실은 동시대 미술의 중심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중진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기억과 정체성, 자연과 생태, 인간과 사회, 시간과 장소에 대한 다양한 사유를 펼쳐 보인다. 2층 전시실은 청주 현대미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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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시대를 잇는 고고학의 불꽃, 박물관의 지평을 넓히다 최정필 세종대학교박물관장
선대의 발자취와 학문의 연원: 구국의 고고학적 실천에서 인류학적 통찰로 최정필 세종대박물관장의 학문적 지향과 문화유산을 향한 헌신의 원점은, 신라사 연구 및 경주 지역 문화유산 발굴·보존의 거목이자 선구자였던 부친, 석당 최남주(石堂 崔南柱, 1905-80) 선생으로부터 깊고 단단하게 뿌리내린다. 석당은 1926년 경주박물관을 있게 한 ‘경주고적보존회’에 투신한다. 같은 해에 스웨덴 구스타프 6세 아돌프 황태자(Gustaf VI ADOLF, 1882-1973, 고고학자)와 함께 서봉총(瑞鳳塚) 발굴에 참여해 신라 금관을 세상에 알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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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한국박물관협회 50년: 흩어진 기억을 건져 올린, 흩어진 관장들
역사의 보물창고, 그 문을 열었던 외로운 개척자들 반세기가 흐르고 있다. 1970년대 대한민국은 가파른 경제 성장과 근대화의 기치 아래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었다. 당시는 ‘100억 불 수출’이라는 숫자에 환호하던 시대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개발의 그늘 아래서 우리가 수천 년간 이어온 삶의 흔적과 민중의 증거들은 리어카에 실려 고물상과 인사동 거리로 흩어지거나 땔감으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 국가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혼란과 전쟁의 상흔을 수습하며 국립박물관 중심의 관제 문화재 정책에 집중하고 있을 때, 그 거대한 정책의 그늘
더보기2609_1 + Every Friday Exhibition 포스터를 클릭하면 상세정보가 새 창으로 연결됩니다. 전시 진행 및 전시장 방문 가능 여부를 꼭 확인하세요! 전북청년 2026: 김규리, 조민지 2026-08-13 ~ 2026-09-13 | 전북도립미술관 서울분관 02-720-4354 | jma.go.kr 인간의 활동을 노동(Labor)과 작업(Work), 행위(Action)로 구분했던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삶 자체를 지탱하기 위해 끝없이 반복되지만, 지속되는 산물을 남기지 못하는 노동과 달리, 작업은
더보기2609_1 + Every Friday Exhibition 포스터를 클릭하면 상세정보가 새 창으로 연결됩니다. 전시 진행 및 전시장 방문 가능 여부를 꼭 확인하세요!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미술명품전 2026-06-23 ~ 2026-09-06 | 국립중앙박물관 02-351-8554 |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유홍준)은 6월 23일(화)부터 9월 6일(일)까지 특별전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미술명품전>을 개최한다. 태국 문화부 예술국과 함께 마련한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사시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태국의 역사와 미
더보기이달의 이슈 미술서비스업 신고제 시행 문화체육관광부는 미술시장 투명성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7월 26일부터 「미술진흥법」에 따른 미술서비스업 신고제를 시행했다. 신고 대상은 화랑, 경매, 자문, 대여·판매, 감정, 전시 등 6개 업종으로, 사업자등록과 별도로 관할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다만 작가가 자신의 창작물을 직접 판매 하는 경우는 신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화랑과 판매업자는 미술품 유통 내역을 관리하고, 경매업자는 낙찰 가격과 대금 완납 여부를 공시하며, 감정업자는 문체부 고시 양식에 따라 감정서를 발급해야 한다. 미신고 영
더보기2608_4 + Every Friday Exhibition 포스터를 클릭하면 상세정보가 새 창으로 연결됩니다. 전시 진행 및 전시장 방문 가능 여부를 꼭 확인하세요! 그림그리는 영심 개인전 〈찰나의 연(緣), 영원의 빛〉 2026-08-18 ~ 2026-09-01 | 비커밍갤러리 02-351-8554 | becoming-gallery 전시에서 작가는 사랑했던 아이들이 단지 떠난 것이 아니라, 무지개다리 너머 끝없는 밤하늘의 일부분이 되었다고 믿습니다. 반려동물 초상화를 그려오며 만난 그 깊은 마음들을 이어, ‘우리의 시선 너머 영원
더보기2608_3 + Every Friday Exhibition 포스터를 클릭하면 상세정보가 새 창으로 연결됩니다. 전시 진행 및 전시장 방문 가능 여부를 꼭 확인하세요! 김소곤: 경외의 구조 2026-06-23 ~ 2026-08-23 | 삼각산금암미술관 02-351-8554 | 삼각산금암미술관 《경외의 구조》는 자연 앞에서 느끼는 압도적이고도 숭고한 감정, 즉 ‘경외’의 순간을 유리라는 물질 안에 담아낸 전시입니다. 투명한 유리 안에서 금속산화물이 만들어내는 물리·화학적 반응을 정교하게 포착하며, 색채가 층층이 축적되는 고유의 구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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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2026 비엔날레 가이드
제주비엔날레: 허끄곡 모닥치곡 이야홍: 변용의 기술 Iyahong: The Art of Metamorphosis · 일정 8.25 - 11.15 · 장소 제주도립미술관,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제주 원도심 3개소 (예술공간 이아, 제주아트플랫폼, 갤러리레미콘) · 관람료 8,000원 · 예술감독 이종후 · 참여작가 21개국 69팀 육지에서 흘러들어와 제주의 또 다른 토착 민요가 된 이야홍 타령의 후렴구 ‘이야홍(Iyahong)’을 주제어이자 핵심 개념으로 삼는다. 기후와 섭생의 원리가 깃든 제주를 통해, 제주비엔날레는 사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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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이상(異常)이 일상이 되는 시대
지난 8월 한국도 40도 넘는 기온을 기록했다. 이러한 이상(異常)이 앞으로는 일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미술 전시장이 대부분 6시쯤 문을 닫기에 가장 더운 시간대에 움직이게 된다. 해가 져도 도심을 뒤덮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전시장 동선에 따라 여기저기 이동해야 하는 이의 발을 무겁게 한다. 뇌와 장기에 영향을 준다는 열에 의한 몸의 과부하는 작업도 관람도 무력화시킨다. 봄가을이 없어지는 시대, 전시 정보를 쥐고 여기저기 보물찾기처럼 다니던 시대가 추억이 되는 것은 아닐지. 발길 닿는대로 가다 계획에 없던
더보기한국박물관협회(이하 협회)가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1976년 ‘한국민중박물관협회’로 문을 연 이래 1991년 사단법인 ‘한국박물관협회’로 설립인가를 거치며 달려온 반세기다. 이 노정에서 협회는 국·공립과 사립 및 대학박물관을 아우르는 거버넌스로 위상을 키웠고 정부와 현장을 잇는 공식적인 민관협력 채널로 대표성을 인정받게 되었다. 현재 전체 등록관 1,208개소의 약 64%에 달하는 770개관이 협회 소속의 회원관이다. 협회가 지난 50년 동안 거둔 성과는 전방위적이다. 그 으뜸은 박물관의 법적·제도적 기반 구축을 주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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