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 전시가 켜지는 산업공간

 


세운상가 내에 마련된 세운아트스페이스에서 추지영의 개인전 INTER/INTRA가 열리고 있다.

 

을지로, 특히 세운상가 일대는 전시가 활발히 이어지며 이색적인 문화예술 거점으로 자리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세운상가는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 건축물로, 40여 년간 운영되며 한때는 서울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운상가는 1970년대 강남 개발이 본격화되고, 1990년대 용산전자상가가 건설되면서 상권이 쇠퇴하게 되는 길을 걸었다. 점포와 공장이 잇따라 문을 닫게 되었고 유휴공간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형국이다. 이는 대안공간으로 활용되어 새로운 예술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전자제품과 음반, 산업 자재 등을 판매하는 상가와 공장들 사이로 이따금씩 보이는 전시공간이 이채롭다. 세운상가 내부에는 세운홀, 청계상회, 세운아트스페이스, 세운전자박물관이, 그리고 직선거리로 500m 이내에 PS CENTER, 상업화랑 등이 산재해 있으며, 여러 상설전과 국내외 작가의 개인전, 단체전이 개최되고 있다.

 


세운전자박물관, 을지로 산업도감

 

2018다시세운 프로젝트에 일환으로 개관한 세운전자박물관은 세운메이커스 큐브에 위치해 있다. 상설 전시 청계천 메이커 삼대기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부터 3D 프린팅 등 신기술이 도입되기 시작한 1990년대까지 전자상가의 변천을 당대 전자제품과 아카이브 자료를 통해 소개한다. 기획 전시 을지로 산업도감은 을지로와 청계천 일대에서 구할 수 있는 부품과 재료로 제작한 이른바 세운메이드를 선보인다. 곽종범 스튜디오의 조명 ‘Curved Neck’, 삼덕사의 조이스틱 ‘SDL-301’, 한국제어시스템의 호텔객실관리시스템등의 완제품과 함께 제품의 부분을 감각적으로 보여주는 '부품모듈', '재료서가'가 구성되어 있다.

 


PS CENTER, I’m here, the room next door

 

세운상가 인근 을지로 철공소 골목 사이에 조성된 PS CENTER에서는 동시대 미술을 기반으로 한 기획 전시가 열린다. 625일부터 개최한 안옥현, 이빈소연, 이페로 단체전 I’m here, the room next door은 여러 방들이 이어진 전시 공간 구조에서 착안했다. 전시는 관람객에게 첫 번째 방에 해당하는 공간에서 이페로의 작업부터 조우시키며 현재 어느 지점에 서있는지, 방에서 다음 방으로 넘어갈지를 질문한다. 사진과 영상을 찍는 안옥현, 일러스트레이션, 출판, 그래픽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빈소연, 회화로 일상의 대상을 표현하는 이페로의 작업이 교차하며 관람객의 시선을 확장시킨다. 전시는 81일까지다.

 


스페이스유닛플러스, 판타스틱!에러!

 

복합예술공간 스페이스유닛플러스는 상업화랑 아래층에 들어서 있다. 79일부터 개최한 알렉산드로스 스쿠라스(Alexandros Skouras)와 문채원 2인전 판타스틱!에러!는 디지털과 사회 시스템, 오류의 의미를 되짚는다. 전시는 시스템 오류에서 발생하는 글리치(glitch)를 시각화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알렉산드로스 스쿠라스, 기호와 이미지를 조합하여 무용으로 귀결되는 상황을 연출하는 문채원의 작업을 통해 실패를 다시금 마주하게 한다. 전시는 731일까지 진행된다.

 

스페이스 서울, 李氏山水(이씨산수)

 

세운상가 1층에 위치한 스페이스 서울은 이동협 개인전 李氏山水(이씨산수)714일부터 열리고 있다. 이동협은 본인의 성씨인 ()’를 차용해 이씨산수라는 연작 제목을 붙였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대문구에서 거주하는 그는 인왕산, 북악산 등의 자연 풍경을 채색산수화로 풀어낸다. 익숙한 서울의 풍경을 살펴볼 수 있는 이 전시는 726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