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으로 초대하는 노화랑 이사라 개인전, 《A Girl From Wonderland》




2026년 7월 2일부터 23일까지, 인사동에 위치한 노화랑에서 이사라 작가의 개인전 《A Girl From Wonderland》가 열린다. 관람 시간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로,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무다.


작품과 전시 설명 중인 이사라 작가

이사라 작가는 46회에 달하는 개인전과 다수의 기업 협업을 통해 대중과 꾸준히 호흡해 온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평면 13점과 입체 16점, 총 29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그의 작업 세계는 '원더랜드(Wonderland)'라는 유토피아적 서사를 중심으로 구축돼 있다. 인간 내면에 대한 탐구와 어린 시절에 대한 동경을 거쳐 현재의 형식으로 진화했다. 작가가 말하는 원더랜드의 핵심은 '동심(童心)'으로 행복과 호기심으로 가득한 공간 속에서 관람객을 초대하며 잊고 지냈던 순수한 감각과 감정을 환기시킨다.


이사라, 〈Wonderland〉, 2025, Acrylic on wood, lavender frame, 99×99cm. 디테일 샷.

이사라 작가의 작업 방식은 독창적이면서도 고도의 노동을 요구한다. 매끈한 밑바탕을 위하여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한 뒤, 아크릴 물감을 그 위에 얇게 겹겹이 쌓아 올린다. 이후 뾰족한 칼날로 표면을 세밀하게 긁어내어 하얀 패턴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20살 때부터 이 스크래치 기법을 써왔다고 밝혔다. 이 반복적인 수행은 작가에게는 고요한 수련의 시간이며, 작품을 마주하는 이들에게는 긍정적인 기운을 주길 바라는 의식적 행위이기도 하다. 실제로 작품 속 흰 부분은 흰색 물감으로 채색한 것이 아니라 모두 칼로 긁어내어 드러낸 밑면이다. 이 때문에 붓자국이 거의 보이지 않지만, 실물 앞에서는 전혀 다른 밀도와 존재감을 발한다.


(좌측부터) 이사라, 〈Crown - girl 2〉, 2026, Acrylic on Resin, 21×28×52(h)cm.
〈Ribbon - girl 7〉, 2026, Acrylic on Resin, 26×19×46(h)
〈Crown - girl 5〉, 2026, 21×28×52(h)cm, Acrylic on Resin, 2026 (오른쪽)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화두는 입체 작업이다. 25년간 평면 속에서만 존재하던 원더랜드의 주인공 소녀가 처음으로 조각으로 구현됐다. 이사라는 자신의 소녀 캐릭터가 가진 특유의 섬세함과 반짝이는 눈을 조각에서 살려내고자 했다. 평면에서 구사했던 스크래치 기법을 조각의 눈에도 그대로 적용했으며, 입체 작품 14점은 모두 서로 다른 형태와 색을 지닌다. 작가는 조각이라는 매체로 영역을 확장하면서도 페인터로서의 감각을 잃지 않았다. 조각 위에 덧입혀진 화려한 색감과 세밀한 터치는 관람객에게 소녀와 더욱 가까이 마주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왼쪽부터) 이사라, 〈Wonderland〉, 2026, Acrylic on canvas, black frame, 64×64cm.
〈Wonderland〉, 2026, Acrylic on canvas, pink frame, 64×64cm.

이번 전시에서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은 단색으로 작업한 작품을 처음으로 선보인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강렬한 네온 컬러를 중심으로 작업해온 작가가 처음으로 모노톤을 내놓는다. 소녀의 눈에만 색을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걷어낸 이 작업은, 모든 것이 사라져도 영혼만은 영원히 빛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 하다. 소녀의 눈은 원더랜드로 향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작가의 소설 『What Happened in The Wonderland』에서 소녀의 눈을 통해 원더랜드로 들어간다는 설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번 전시 전반에서 눈이 가장 중요한 조형적 포인트로 부각된다.

 파리 레지던시를 마치고 귀국한 직후 열리는 이번 전시는 이사라 작가가 오랜 시간 구축해온 원더랜드를 가장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자리다. 평면과 입체, 컬러와 단색을 가로지르는 작품들은 현실과 상상, 기억과 감정의 경계를 유영하며 관람객을 작가만의 세계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