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물방울 화가 김창열의 파리 시절과 신문지 작업 공개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이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아 화업의 전환기가 된 프랑스 시절을 조명하는 특별기획전과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신문지 작업을 소개하는 소장품 전시를 동시에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세계적인 ‘물방울 화가’로 거듭난 고(故) 김창열 화백의 독창적인 회화 세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확장되었는지 그 창작의 궤적을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사진 김달진



김창열미술관은 2026년 6월 30일부터 10월 18일까지 제2, 3전시실과 영상실에서 특별기획전 《파리의 화가 김창열》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김 화백에게 가장 결정적인 시공간이었던 프랑스 시절의 여정을 추적한다. 1969년 뉴욕을 떠나 파리에 정착한 김 화백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파리 근교 팔레조의 작업실에서 우연히 발견한 ‘물방울’을 통해 평생 이어질 독창적인 회화 세계를 시작했다. 미술사에서 그의 물방울은 단순히 대상을 똑같이 그리거나 모방하는 ‘재현’을 넘어섰다고 평가받는다. 이는 슬픈 기억을 치유하고 마음을 비워내는 동양 철학적 사유를 서양의 유화 매체로 시각화한 결과물이다.

이번 전시는 팔레조에서의 발견, 몽파르나스에서의 실험과 정착, 남프랑스 드라기냥에서 이루어진 대형 작업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보여준다. 전시장에는 당시 작품과 기록 사진, 프랑스 현지에서 촬영한 다큐멘터리 영상 등이 함께 공개되어 국제적인 작가로 성장해가는 치열한 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양은희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관장은 “프랑스는 김창열이 세계적인 예술가로 성장하기까지 가장 결정적인 시간과 공간이었다”며 “낯선 도시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국제적인 작가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사진 김달진



제1전시실에서는 소장품 기획전 《은은한 문제: 김창열의 신문지 작업》이 4월 28일부터 10월 18일까지 이어진다. 대중에게 친숙한 캔버스 물방울 그림과 달리, 이번 전시는 김 화백의 연대기에서 상대적으로 덜 조명되었던 신문지 바탕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맥락을 짚는다. 

김 화백은 1975년 파리 아파트 다락방에서 발견한 오래된 신문지를 새로운 화면으로 삼아 물방울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신문지라는 일상적 매체 위에 물방울을 올리고 아크릴 물감으로 획을 그으며 배경과 형상의 관계를 탐구했다. 이 작업은 문자와 회화의 결합을 이끌어내며 훗날 한자 천자문을 바탕에 둔 그의 대표작 <회귀> 시리즈가 탄생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1975년부터 2010년대까지 이어진 신문지 작업은 대형 캔버스 작업에서 보이는 압도적인 분위기와 달리, 종이 고유의 질감과 활자가 어우러져 은은하고 절제된 미감을 준다. 미술관 측은 매일의 사건을 기록하는 대중매체의 '객관적 시간'과 화가가 물방울을 그리며 인내한 '창작의 시간'이 한 화면에서 교차하는 예술적 순간을 선사한다고 설명했다.


사진 김달진



또,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그동안의 전시 역사를 되짚는 온라인 특별전 《10/10: 미술관 10년의 선택》도 올해 말까지 홈페이지 온라인 전시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미술관이 소장한 총 239점의 작품 중 학예연구사들이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전시에 선보이고 중요하게 다루었던 대표작 10점을 선정했다. 선정된 작품들은 최소 6회에서 최대 9회까지 관람객과 만났던 유물들로, 김창열미술관의 그간의 연구 방향과 미학적 관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양은희 관장, 김달진


양 관장은 “지난 10년간 축적해 온 전시의 기억을 돌아보는 동시에 김창열 예술의 본질을 다시금 성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