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로 ‘입는 행위’의 사회적 의미 조명하는 《입는 존재》 



수원시립미술관은 인간의 가장 일상적인 행위인 ‘입기’를 통해 신체와 사회적 구조의 관계를 탐구하는 상반기 기획전 ‘입는 존재(Wearing Being: On the Matter of Clothing)’를 행궁 본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복식이 단순한 개인의 취향이나 신체 보호의 기능을 넘어 성별, 계층, 노동, 권력 등 다양한 사회적·산업적 조건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국내외 작가 16인의 작품을 통해 입체적으로 살펴본다.


후유히코 타카타


잉카 쇼니바레 / 사진 김달진



전시는 우리가 매일 의식하지 않고 행하는 옷 입기가 사실은 사회적 규범과 제도에 의해 형성된 결과물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서도호, 니키 리, 오형근, 박영숙 등 참여 작가들은 옷을 사회적 정체성을 드러내거나 숨기는 장치로 해석했다. 일부 작품에서는 신체에 착용하는 특정한 도구와 장치를 통해 인간이 몸으로 느끼는 감각이 어떻게 조절되고 통제되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기성복이나 용도를 다해 버려진 패브릭 재료, 그리고 과거부터 규범화된 전통 복식 등은 작가들의 독창적인 시선을 거쳐 현대 사회의 권력 구조와 소비 문화를 비판하는 매개체로 전환됐다.

서도호



니키 리 / 사진 김달진


미술사적으로 의복은 오랫동안 인간의 신분과 계급을 대변하는 시각적 기호로 작동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전통적 맥락을 현대 미술의 시각으로 확장해 ‘입는다는 것’이 지닌 주체성과 타자성의 문제를 동시에 다루었다. 특히 전시가 던지는 ‘무엇을 입는가’라는 질문은 미학적으로 인간 존재의 본질을 묻는 철학적 탐구와 맞닿아 있다. 미술계에서 자주 쓰이는 주체성과 타자성은 ‘나 스스로가 삶의 주인이 되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성질’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나 사회적 기준에 의해 규정되는 성질’을 뜻한다. 즉, 옷을 입는 행위는 내가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가 나에게 요구하는 역할이나 시선에 맞춰 자신을 변화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점을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냈다.

차영석



안창홍 / 사진 김달진


전시에는 김준, 마사 로슬러, 송상희, 안창홍, 연진영, 윤정미, 이원호, 이형구, 잉카 쇼니바레, 제임스 로젠퀴스트, 차영석, 후유히코 타카타 등 현대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이 대거 참여해 다채로운 매체의 작업을 선보였다. 이들은 일상적인 복식의 표면 뒤에 숨겨진 다층적인 의제들을 시각화하며 관람객에게 성찰의 기회를 제공했다. 수원시립미술관 측은 관람객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스스로가 무엇을 입으며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 선택을 둘러싼 사회적 기준에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2026년 6월 28일까지 이어진다.



연진영



이형구 / 사진 김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