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태: 부품의 대가 - 사람들》, 6월 20일까지 관훈갤러리서 개최
거대한 산업 구조와 미완의 도시 속 노동자 몸짓 회화로 담아내




노동의 현장과 소외된 이웃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온 박은태 작가의 개인전 ‘부품의 대가 - 사람들(The Price of Parts - People)’이 서울 종로구 관훈갤러리 전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철골 프레임과 반도체 기판 같은 거대한 산업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밀도와 거리를 냉정하게 응시한 회화 작품들을 선보인다.


제공 박은태


김효은 미술사가는 이번 출품작들을 ‘동시대 한국인의 초상’이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화면 속 인물들은 공사 현장의 노동자, 꽃무늬 점퍼를 입은 노년 여성, 시장 골목의 생활인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마주치는 존재들이다. 작가는 이들을 연민이나 향수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구체적인 장소 설명을 지운 채 독립된 주체로 화면 한가운데 세워 인물이 가진 존재의 밀도를 회화적으로 복원했다.


제공 박은태


이번 전시는 영국의 미술비평가 존 버거가 말한 “우리가 보는 방식은 사회적으로 길러진 시선의 결과”라는 예술 사회학적 관점과 연결된다. 이는 우리가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세상이 정해놓은 이름이나 익숙한 구분에 갇혀 편견을 가지고 바라본다는 뜻이다. 박은태의 작품은 그동안 ‘민중’이나 ‘노동자’라는 집단적인 이름으로 묶여 온 인물들을 개별적인 인간으로 바라보게 한다. 한 사람의 굽은 어깨와 손등의 주름을 통해 집단의 명칭 뒤에 숨은 개인의 삶을 평이하게 풀어냈다.


제공 박은태


이러한 시도는 최근 국제 미술계가 주목하는 초상 회화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등을 중심으로 확장된 ‘블랙 포트레이트’ 담론이 과거 미술사 주변부에 머물던 얼굴들을 중심 공간으로 이끌어냈듯이, 박은태의 작업 역시 익숙하다는 이유로 지나쳐온 한국 사회의 얼굴들을 전시장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작가는 전통 문양 대신 생활복의 무늬와 작업복의 먼지 속에서 지금의 한국성을 발견했다.


제공 박은태


박은태 개인전은 3층 전관에서 열리는 미니 회고전으로 오는 2026년 6월 20일까지 이어지며, 관람 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 30분에서 오후 6시 30분까지다. 월요일은 휴관한다.



김달진, 박은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