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와 시, 《Jim Dine: My Words & Pinocchio》

피비 갤러리 입구 전경
2026년 5월 28일 오후 2시부터 3시 30분까지, 피비갤러리에서 짐 다인(Jim Dine, 1935-)의 개인전 《Jim Dine: My Words & Pinocchio》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번 전시에서 짐 다인의 신작 드로잉 8점과 조각, 자작시 드로잉 및 wall drawing을 7월 4일까지 볼 수 있다.

(왼쪽에서 순서대로) 피비 갤러리 김혜경 대표, 통역사 장하나, 짐 다인
피비갤러리의 김혜경 대표와 짐 다인 작가가 함께 참석했다. 먼저, 작가 소개로 시작한 후 간략한 전시 소개로 이어지면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짐 다인은 해프닝 운동을 클레스 올덴버그, 앨런 카프로와 선도하며 〈The Smiling Worker〉(1959)를 선보이며 주목 받았다. 그의 작업은 네오 다다, 팝 아트 혹은 신표현주의와도 형식적으로 연결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자전적이며 개인적인 상징성을 통해 본인의 정체성 및 내면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둔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그의 작업 근간이 되어 온 쓰기와 드로잉에 집중한 피노키오 드로잉, 자작시 드로잉을 선보인다. 특히 시는 작가의 예술 세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요소이지만 한국에는 크게 소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피비 갤러리는 본격적으로 쓰기와 시 작업을 소개한다. 실제로 작가는 50여 년에 걸쳐 12권 이상의 시집을 출간했고 정기적으로 시 낭독회와 퍼포먼스를 통해 언어와 실험 예술의 관계를 꾸준히 탐구해오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도 새로운 시집을 출판했다고 한다. 또한, 짐 다인이 실제로 쓴 원고는 예일대의 베이넥 레어 북 도서관(Beinecke Rare Book & Manuscript Library)에 소장되어 있다고 전한다.

짐 다인의 시집. 왼쪽에는 작가가 직접 쓴 원고 사진이며 오른쪽은 이를 타이핑한 시다.
작가는 이번 전시의 주제가 되는 피노키오와 시가 그의 삶과 예술 세계에 있어 중요한 이유를 설명해줬다. 1941년, 작가가 6살이었을 적에 월트 디즈니에서 만든 '피노키오' 영화를 봤는데, 그는 이를 원작의 내용이 순화된 버전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소년이 거짓말을 해서 당나귀 귀가 생기거나 코가 길어진다는 것은 무척이나 두려운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성인이 되고 나서 피노키오가 소년이 되어가는 과정을 고찰하고, 철물점에서 다시 그 똑같은 캐릭터 인형을 만나면서 이를 작업 소재로 삼기 시작했다. 짐 다인은 나무 조각에서 인간화되는 과정이 실제로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겪는 고난과 시련에 매우 흡사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짐 다인과 작품 LIAR(2ND VERSION), 2007, enamel and charcoal on wood, 180.4×132×55.9

(좌) 짐 다인, Soutine, 2024, mixed media on paper, 152×113
(우) 짐 다인, The Memory, version 2, 2025, mixed media on paper, 121×172
이어서 젊었을 적에 그린 피노키오와 오늘날에 그린 피노키오 드로잉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그 때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은 살아온 삶의 시간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므로 다음에 또 피노키오를 그린다면 지금보다 오히려 더 잘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짐 다인은 자신의 작업에 대해 좀 더 설명을 하면서 1970년대에 회화(painting) 작업을 멈추고 드로잉에 집중했다고 전한다. 매일 대상을 관찰하며 드로잉 훈련을 했으며 처음에는 1년에 10점 정도 제작했다고 한다.

(좌) 짐 다인, Pinocchio, 2026, charcoal, 가변크기
(우) 짐 다인, Young Pinocchio #1, 2026, Acrylic, paste, charcoal and ink on paper, 131.5×101
이어서 갤러리 벽에 'I have walked with him my whole life.'라는 문구를 적은 것에 대해 설명했는데, 이는 피노키오가 그의 자화상, 또 다른 페르소나임을 가리킨다. 또한, 작가의 피노키오가 해맑고 밝은 인상의 인형이 아니라 어둡게 표현된 것은 '피노키오'의 이야기는 그저 동화가 아니고 인생의 굴곡과 심오함을 다루기 때문에 이를 보여주기 위하여 그렇게 그린 것이라 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출발해 삶의 경험과 시간을 압축한 그의 작품에서는 마냥 가볍지 않은 이야기가 보인다. 나무 인형이 소년이 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예술로 승화한 작가의 작품과, 쓰기와 드로잉이라는 두 행위가 지닌 유사성에 대한 고찰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