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사관 《또 다른 지평으로: 프랑스의 한국 작가들》, 필립 티로 컬렉션

2026년 5월 22일 오후 2시 30분부터 3시 30분까지, 주한프랑스대사관저에서 필립 티로(Philippe Tirault)의 컬렉션 전시 《또 다른 지평으로: 프랑스의 한국 작가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왼쪽) 피에르 모르코스, (오른쪽) 필립 티로

주한프랑스대사관의 문화 교육 과학 참사관 피에르 모르코스(Pierre Morcos)와 필립 티로 씨가 직접 참석했다. 1950년대에 프랑스의 르 코르뷔지에에서 수학한 건축가 김중업(1922-1988)이 60년대에 귀국 후 주한 프랑스 대사관 건축 요청을 받아 지은 곳으로 역사적으로 유의미한 곳이다. 모르코스는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프랑스 대사관저는 단순 외교, 행정 시설이 아니라 전시 공간으로도 이용되고 있으며 다양한 작품들을 대중에 선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대사관저에서는 상설전이 이루어지는데 올해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이하면서 특별전을 기획하게 됐다고 한다.  30년 넘게 한국에서 거주하며 활동해온 필립 티로 씨는 한국 현대미술의 열렬한 수집가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 미술가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동반자로 여겨진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 중, 한국과 프랑스를 예술적으로 이어주는 가교로 역할하는 작가들의 작업을 보여준다. 따라서 1960-70년대 혹은 프랑스로부터 영감을 받은, 또는 도불 작가들의 작품에 집중한다. 필립 티로에 의하면 그가 소장한 수많은 작품들 사이에서 어떤 것을 전시할지 선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한다. 


김기린의 〈두폭화〉(2000)과 김창열의 〈회귀〉(1995) 앞에 선 필립 티로

 이어서 질의응답을 진행한 뒤 작품 안내 및 소개 시간을 가졌다.
 본 지(誌)와의 질의는 다음과 같다. 

Q. 서울공예박물관에서 한불 140주년 기념으로 개최 중인 《더 하이브리드》에서는 대한제국의 유물을 중심으로 전시 중입니다. 반면에 이 곳에서는 한국 현대미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앞서 말한 전시를 의식하여 한국의 미술사적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한국 현대미술 작가들을 선정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A. (피에르 모르코스) 우선 말씀하신 것이 맞습니다. 대사관에서는 외교 관계 수립 이래 한국과의 관계 전반을 모두 다루기 위해서 주고 받았던 선물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오늘 이 전시 같은 경우, 20세기 후반의 예술 교류를 보여주는 사례로서 한국에서 프랑스로 넘어가 영감을 찾았던 한국 작가들이 굉장히 많았으며 그 교류가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시기를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대로 넘어와서는 빌라 한분(Villa Hanbul)에서 프랑스 예술가들이 한국에서 레지던시를 하며 작품 활동을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또한, 광주 비엔날레가 열리는 광주에서는 한국, 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 예술가들의 작품 전시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이번 전시에 선정된 작가들 중 필립 티로 씨께서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작가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만약에 친분이 있다면 어떻게 알게 됐고 그 인연이 컬렉팅으로 이어졌나요?
A. (필립 티로) 오늘 전시 중인 작가 중 이배 작가가 있는데요,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2000년 대 초반에 참가한 경매였습니다. 그 이후에 직접 만나볼 기회가 있었고 이제는 친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뉴스핌의 김용석 기자의 질의응답이다.
Q. 한국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지내시며 지금의 K-컬처를 보면서 드시는 생각들도 말씀해주시면 감사합니다. 아울러 이번 전시와 맞물려서 기증하신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이에 관련해서도 말씀 주실 수 있으실까요?
A. (필립 티로) 일단 한국에서 2년 동안 군 복무의 일환으로 지냈습니다. 84년도에 한국에 처음 왔는데 외국인도 당시에는 별로 없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발전을 향한 한국의 의지가 돋보이고 그 에너지가 느껴지는 다이나믹한 나라였습니다. 특히 88년도 올림픽을 한창 준비하던 시기였습니다. 2년 복무를 마친 다음 귀국했지만 굉장히 심심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K-컬처가 전세계적으로 위상이 높아진 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서 한국의 예술가들과 한국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접근이 수월해진 것은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기증에 대해 생각한 것은 제가 더 이상 젊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다가올 날을 생각하는 것인데요. 저의 소장품들이 앞으로도 유지되고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메 동양박물관(Musée national des arts asiatiques Guimet)에 48점을 기증할 계획입니다. 기메는 프랑스 국립 박물관으로, 이 곳에 이제 한국 예술가들의 작품이 프랑스 국립 컬렉션에 들어가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저희가 잘 아는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 작가들, 박서보, 하종현, 이성자, 정성화, 신승희, 이다혜, 이우환 같은 작가들의 작품이 기증될 예정입니다. 
 기증에 관한 협정은 6월에 마무리 될 예정이며 기증작들은 9월에 전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백영수, 〈무제〉, 1979, 캔버스에 유채, 25×33


김윤신, 〈무제〉, 2004, 캔버스에 유채

필립 티로 씨는 직접 자신의 소장품을 소개하며 남관, 김환기, 김윤신, 백영수 작가들의 작품들을 설명했다. 그는 관습적인 매체를 다루는 작가들에 국한하지 않고 컴퓨터로 작업한 홍승혜의 작품 또한 소장하고 있음을 밝혔다. 


(상단) 박서보, 〈무제〉, 연도미상, 캔버스에 종이와 유채, 40.9×31.8
(하단) 이우환, 〈조응〉, 1995, 종이에 수채, 27.7×37.5

박서보 작가의 초기 작품과 함께 이우환 작가의 작품이 함께 걸렸다. 


이배, 〈불로부터〉, 1993, 캔버스에 목탄, 60.6×72.7

또한 이배 작가의 초기 작업부터 현재 작업 스타일의 작품까지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위 작품의 경우, 연도 미상이라고 기재됐지만 필립 티로가 직접 93년도 작품이라 밝혔다.

이렇게 한 작가의 스타일이 시대에 따라서 계속 변화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생각하고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도 큰 기쁨이라고 느낀다고 전한다. 특히 이배 작가의 경우, 초기에는 석탄의 가루만 가지고 작업을 하다가 그 다음에는 석탄 조각들과 가루를 붙이는 방식으로 나아갔다가 현재의 석탄 조각만을 다루는 작업을 볼 수 있다. 필립 티로는 이러한 과정을 논리적이라 평했다. 


허경해, 〈무제〉, 2011, 캔버스에 유채, 40×30

이렇게 한국에 큰 애정을 가지고 한국 현대 미술 작가들의 활동과 작업물에 관심을 보인 사람의 소장품은 국적과 상관없이 귀중한 자산이다. 개인 소장을 넘어 외부에 공개함으로써 그 관심의 깊이를 보여주는 동시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과 그 역사성을 함께 공유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전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