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화미술관 '투명한 손, 움직이는 색'…감각과 참여로 완성되는 현대미술
서울 종로구 세화미술관에서 개최 중인 '투명한 손, 움직이는 색(Invisible Hands, Startling Colors)' 전시가 관람객의 참여를 통해 완성되는 새로운 현대미술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3월 26일부터 6월 28일까지 진행되며, 회화와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작품을 통해 예술과 관람객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한다.
이원우〈상냥한 왕자〉, 2024, 알루미늄 주물, 솜사탕 기계, 210×73×93
전시에는 김예솔, 부지현, 박혜인, 이원우, 이진형, 정만영 등 작가들이 참여해 '보이지 않는 손'과 '움직이는 색'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냈다. 작품들은 정적인 감상보다 관람객이 공간을 이동하고 작품과 마주하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만들도록 구성됐다. 색채와 빛, 사운드가 어우러진 전시 공간은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서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며 작품의 의미를 확장한다.
이번 전시는 예술을 '보는 것'에서 '경험하는 것'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작품은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관람객의 기억과 감정, 해석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이는 현대미술이 지닌 열린 해석의 가능성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수도꼭지를 틀면 다양한 소리를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설치 작품처럼 구성한 공간 연출이 돋보인다. 작품 간의 연결성이 뛰어나 이동하는 동선 자체가 하나의 감상 과정이 되며, 관람객은 작품과 공간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다만 일부 작품은 개념적인 접근이 강해 충분한 설명 없이 감상할 경우 의도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직접 보고, 걷고, 느끼는 경험을 통해 예술과 능동적으로 소통하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전시로 평가된다.
'기억의 실루엣–형태·이미지·관점'…기억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
세화미술관 2·3 전시실에서는 '기억의 실루엣–형태·이미지·관점(The Silhouette of Memory: Form, Image, Perspective)' 전시가 3월 26일부터 6월 28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서성협, 임수식, 김보민 작가 및 소리협력 작가 최영이 참여해 기억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서로 다른 조형 언어로 풀어낸다.
전시는 '기억'을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닌 시간이 흐르며 변화하고 재해석되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형태(Form), 이미지(Image), 관점(Perspective)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각 작가는 기억이 만들어지고 남겨지는 방식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표현한다.
서성협의 작품은 형태와 구조를 통해 기억의 흔적을 시각화하고, 임수식은 이미지의 중첩과 반복을 활용해 기억이 축적되는 과정을 드러낸다. 김보민은 개인의 경험과 시선을 바탕으로 기억이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공간 안에서도 작품마다 표현 방식이 달라 관람객은 기억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이번 전시는 화려한 연출보다 작품 자체가 전달하는 사유에 집중하도록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관람객은 작품을 감상하며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고, 작가의 이야기가 개인의 서사와 연결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기억이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라 개인의 감정과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기억의 실루엣–형태·이미지·관점'은 기억을 하나의 이미지가 아닌 변화하는 과정으로 바라보게 하는 전시다. 서로 다른 세 작가의 시선은 기억을 다양한 형태로 확장하며, 관람객에게 자신의 삶과 시간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깊은 사유를 이끌어내는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이 우리 일상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기획전으로 평가된다.
작성: 한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