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열 화백,  원주 40년 회고전
‘원주 40년을 회고한다-1986~2026 원주시대’ 7일부터 19일까지 치악예술관




김진열(75) 화백이 14년 만에 원주에서 개인전을 연다. 전시는 오는 7일부터 19일까지 원주 치악예술관 전시실에서 열리며, 주제는 ‘원주 40년을 회고한다-1986~2026 원주시대’이다. 1986년 원주에 정착한 이후 작가가 마주한 사람과 도시의 기억, 삶과 예술의 궤적을 돌아보는 자리다.

치악예술관 전경

김 화백은 올해로 붓을 든 지 56년을 맞았다. 40여 년 전 원주에 와 상지영서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했고, 총장을 역임했다. 작가로서는 회화와 입체, 드로잉을 넘나들며 노동하는 사람들, 시외버스터미널의 인물들, 버려진 재료와 생명의 이미지를 꾸준히 다뤄왔다.

김 화백은 이번 전시에 대해 “1986년, 35세의 나이에 원주에 와 현재 75세가 됐다”며 “30대 중반부터 70대 중반까지 인생의 중요한 40년을 원주에서 보낸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주는 다른 도시와 분명히 다르다. 원주는 단연코 생명문화의 메카”라며 “장일순 선생, 지학순 주교, 박경리 작가, 김지하 선생으로 이어지는 생명문화가 내 삶과 예술을 견고하게 만드는 바탕이 됐다”고 밝혔다.


여는마당으로 마임이스트 유진규의 기념 퍼포먼스 ‘꽃’

이번 전시에는 평면과 입체를 포함해 약 360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전시는 크게 ‘모든 삶은 위대하다!’, ‘세상의 바탕-낮고 외진 곳’, ‘너의 속살을 사랑하라!’, ‘원주시외버스터미날 사람들’, ‘80년대, 격정과 분노시대의 표상’ 등 다섯 개 주제로 구성된다.

‘모든 삶은 위대하다!’에서는 김 화백이 새롭게 그린 인물 280여 점이 공개된다. 원주를 비롯해 작가가 살아오며 만나온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이다. 작가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존귀한 존재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며 “내가 거쳐오고 만나온 사람들을 화폭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개막행사 전경

‘세상의 바탕-낮고 외진 곳’은 노동자와 농부, 생활의 현장에서 묵묵히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다룬다. 작가가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낮은 곳의 존엄’이 드러나는 섹션이다. ‘너의 속살을 사랑하라!’는 자연환경과 산림 보호의 문제를 담고 있으며, ‘80년대, 격정과 분노시대의 표상’은 작가가 통과해온 시대의 긴장과 분노, 사회적 모순을 반영한 작품들로 구성된다.


〈달맞이꽃〉, 1983

특히 ‘원주시외버스터미날 사람들’은 1990년대 작가가 직접 터미널 공간에 머물며 그려낸 인물 연작이다. 김 화백은 “시외버스터미널은 현재보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던 공간이었다”며 “그곳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과 자세, 삶의 흔적들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원주 시외버스터미널은 작가에게 단순한 교통 공간이 아니라, 산업화의 속도에서 비켜난 사람들의 삶이 드러나는 무대였다.



김 화백은 이번 전시를 “원주의 지나온 40년과 나의 작가 인생을 돌아보고 재정비하는 성찰의 기회”라고 밝혔다. 그는 “전시장이라는 한 공간에 나의 여정을 모아두고, 앞으로 나아갈 작품 여정에 대한 성찰과 관찰을 해보려 한다”며 “관람객들이 전해주는 말들도 좋은 방향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길동〉, 1990

이번 전시는 작가가 앞으로의 작업을 가늠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김 화백은 “45년 전 첫 개인전을 열며 미래 계획을 구상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그 구상의 80% 정도를 이룬 것 같다”며 “앞으로도 예술과 인생의 조화를 추구하고, 작품의 내실을 더욱 충실히 다져가려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의미와 규모가 큰 입체 대작을 준비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손기환, 김달진, 김진열 

지역의 후배 예술가들을 향해서는 “너무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남들이 다루는 소재에만 주목하기보다 사소한 것부터 해나가면 좋겠다”며 “원주에 대한 애정으로 원주에 관한 이야기를 작품에 담는 것도 중요하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자식을 낳듯, 지역이 만들어내는 화가와 예술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막식에는 유진규의 퍼포먼스로 시작했으며 강경규, 강성원, 권용택, 김진하, 박불똥, 손기환, 안상수, 안창홍, 유연복, 이태호, 장경호, 조문호, 최석태...... 여럿이 참여했고 사회자가 방명록 이름으로 호명했다. 팬클립이 있는 듯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고 박스와 환호가 있었고 작품과 시민사회운동으로 존경받는 원주의 예술인이었다.

전시 작품은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전시 종료 후에는 20일부터 사흘간 부론 서지마을 순교자성당에서 연장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학살의 세월〉, 2015

한편 김진열 화백의 작업과 생애를 아카이브 형식으로 조명하는 별도의 전시도 준비되고 있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주최·주관하는 《김진열 아카이브: 일어나다, 받들다, 보듬다》는 2026년 7월 1일부터 4일까지 원주 치악예술관에서 열리며, 이후 7월 13일부터 8월 14일까지 서울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으로 이어진다. 이 전시는 강릉 옥계의 유년 기억, 원주 생명사상, 작업실 기록, 전시자료, 인터뷰 등을 통해 김진열의 삶과 예술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