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종, 한글을 현대적 조형 언어로 재해석…문자와 회화의 경계 허물다





한국화가 유수종의 개인전이 7월 8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인사동 아트가가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한글을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예술적 화면으로 이끌어낸 문자 회화 신작들을 선보인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기하학적 요소로 파악하고, 이를 현대적인 회화 화면으로 재구성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출품했다.





사진 김달진


유수종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을 졸업하고 1980년 대구 매일신문사 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지속적인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이번 신작들은 그동안 축적해온 전통 미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대적인 조형 감각을 결합한 결과물이다.

이번 전시작들의 가장 큰 특징은 단색조의 절제된 색감과 심플한 화면 구성이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 색을 칠하고 지우는 행위를 수없이 반복하여 단단한 색의 층위를 만들어냈다. 아래에 쌓인 색이 표면 위로 은근히 배어 나오는 중첩된 색채 표현은 시간의 흐름과 수행적 태도를 보여준다.

특히 하나의 화면을 구성하기 위해 두 개의 프레임을 덧대는 이중 프레임 구조가 주목받는다. 화면 가운데 원형이나 정사각형 모양으로 구멍을 내고, 그 뒤에 또 다른 작은 캔버스를 덧붙이는 방식이다. 이러한 기하학적 구조는 평면의 회화 공간에 시각적인 깊이감을 부여한다.




사진 김달진



화면을 채운 한글 자음과 모음은 빨강, 파랑, 초록, 노랑의 원색과 조화를 이루며 경쾌한 선과 면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유 작가의 작업에서 문자는 뜻을 전달하는 기호가 아니라 형태 자체로 존재하는 시각적 이미지다. 관람객은 글자를 읽으려고 하기보다 색과 선, 여백이 만드는 조형미를 감상하게 된다.

미술평론가 고충환씨는 비평을 통해 '작가의 근작은 전작에 비해 미니멀하고 군더더기가 없다'며 '수도 없이 색을 칠하고 지우기를 반복해 만든 색층의 레이어는 색면화파의 회화적 성과와 모더니즘 패러다임에 바탕을 둔 형식주의 회화를 떠올리게 한다'고 평가했다. 여기서 색면화와 형식주의 회화란 서양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으로, 그림에서 구체적인 대상을 없애고 색채나 형태, 화면 구성 등 순수한 시각 요소 자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경향을 뜻한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글자를 읽기보다 색과 선, 반복과 여백이 만들어내는 리듬을 감상하게 만들었다'며 '그 과정에서 한글이 지닌 조형미와 사유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달진, 유수종, 이홍재


유수종은 현대사군자연구 논문을 발표하는 등 전통 미술이 현대 예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탐구해왔다. 여기에서 과감하게 회화로의 전향, 서까래를 사용한 입체 설치작품까지 보여주었고 작품가격을 공개했다. 현재는 경기 포천 광릉수목원로에 위치한 유강예술원에서 미술을 지도하고 있다. 이번 개인전은 한글이 지닌 기하학적 특성을 회화 안에서 새롭게 활성화하여 문자와 회화,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무는 조형적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