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화면에 장미가 빼곡하다. 빼곡하지만, 정작 장미를 쉽게 알아볼 수는 없다. 패턴화하고 양식화된 화면 속에 장미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단위원소(모나드)가 동어 반복되면서 패턴을 만드는 것을 모듈 구조라고 한다. 작가의 경우에는 하나의 장미가 반복 열거되면서 하나의 패턴을 만든다. 얼핏 하나의 장미 같지만 사실 똑같은 장미는 하나도 없으므로 비정형 모듈 구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작가는 잇대어진 사각형의 프레임 속에 장미 한 송이 한 송이를 일일이 손으로 그려 넣었다. 여기서 사각형의 프레임은 아마도 존재의 집을 상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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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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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상의 기억 / 기억, 아득한 그리움에 빠지게 만드는, 현실을 온통 흔들어놓는기억은 잔상을 남긴다. 좋은 기운과 나쁜 기운, 선한 기운과 악한 기운 같은. 기억 자체는 과거지사의 일이지만, 그렇게 잔상으로 남아 현재 위를 떠돈다. 현재에 영향을 미치고 현실을 결정하는 …
민화의 재구성, 미시적 유토피아작가의 작업실은 광릉수목원 부근의 전원에 위치해있다. 작업실 앞으로 개울이 흐르고, 주변에 야트막한 산들로 둘러싸여 있어서 계절감각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때로 작업이 막힐 때면 주변의 오솔길이며 그리 높지 않은 산들을 찾는데, 그렇게 …
존재의 희미한 그림자와 실재의 반영 박현수의 그림은 추상이다. 흔히 추상으로 치자면 모더니즘 패러다임의 핵심 개념이며 형식논리로 알려져 있다. 회화를 회화이게 해주는 원인을 내용이 아닌 형식에서 찾는, 형식주의로 이해하면 되겠다. 그러나 작가의 그림은 추상이면서, 동시…
생명, 문명과 문명을 매개하고 치유하는 물미국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저서 <문명의 충돌>에서 냉전종식 이후 세계를 예견한다. 이데올로기와 이데올로기가 대립하던 시대가 가고, 문명과 문명이 충돌하는 시대가 온다고 본 것이다. 그가 문명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은 것이 …
정자와 반닫이, 존재의 그리움을 조각하다아버지를 그리워하다. 작가는 돌을 조각한다. 돌을 재료로 하여 주로 이러저런 형태의 집을 조각한다. 그 집은 소시민의 소박한 꿈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그 집은 꿈꾸는 집이다. 그 집에선 밥 짓는 연기가 꿈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임미령 / 지구, 꽃나무가 자라는 지상낙원태초에 신령스런 나무가 있었다. 세계의 중심을 상징하는 나무며, 하늘과 땅을 중계하는 나무(무당)고, 하늘로 치솟은 형상이 우주의 남성원리(남근)를 상징하는 나무다. 세계의 중심은 또 있는데, 우주의 배꼽에 해당하는 옴파로스가 …
이동환 / 황홀하고 절망적인, 치명적이고 장렬한흙가슴. 이동환은 흙가슴과 더불어 그림을 시작했다. 그림을 시작하면서 사회인으로서의 생활도 같이 시작되었다. 이처럼 그에게 그림은 생활과 더불어 온 것이었고 사회에 의해 매개되거나 연동된 것이었다. 그의 그림에 순수회화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