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화면에 장미가 빼곡하다. 빼곡하지만, 정작 장미를 쉽게 알아볼 수는 없다. 패턴화하고 양식화된 화면 속에 장미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단위원소(모나드)가 동어 반복되면서 패턴을 만드는 것을 모듈 구조라고 한다. 작가의 경우에는 하나의 장미가 반복 열거되면서 하나의 패턴을 만든다. 얼핏 하나의 장미 같지만 사실 똑같은 장미는 하나도 없으므로 비정형 모듈 구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작가는 잇대어진 사각형의 프레임 속에 장미 한 송이 한 송이를 일일이 손으로 그려 넣었다. 여기서 사각형의 프레임은 아마도 존재의 집을 상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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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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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렬 / 적멸 이후, 적멸 속으로, 적멸마저 사라진 적멸 속으로 사라지다적멸. 적막과 적요 속으로 사라진다는 뜻이다. 완전하게 사라진다는 뜻이고 철저하게 소멸된다는 뜻이다. 절대적인 무의 세계로 되돌아간다는 뜻이고, 이를 불교에서는 열반에 든다고 한다. 천상천하유아독…
양홍섭 / 조각의 틀을 깨다, 조각을 재고하는 조각정통적으로 조각은 조각(카빙)과 소조(몰딩)로 나뉜다. 조각은 말 그대로 외부에서 안쪽으로 재료를 깎아 들어가는 과정을 통해서 원하는 형태를 얻는 경우로서, 보통의 석조와 목조에서처럼 원칙적으로 단 하나 밖에 없는 조각…
김지현 / 자연의 흔적, 자연의 성정자연의 노래(2003), 내 마음 속에서 되불러낸 또 다른 장면(2004), 어릿한 기억(2006), 무의식 너머(2009), 데자뷰(2010), 기억 속의 장면 혹은 기억으로 되살려낸 장면들(2011), 기억의 재생(2012), 어…
배정완은 미국에서 공학과 건축학을 전공했다. 이 베이스만 놓고 보자면 적어도 좁은 의미로서의 그러므로 일반적인 조형예술과는 사뭇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현대미술은 어떤가. 특히 후기모더니즘 이후 본격화되고 가속화된 경우로서, 탈장르 현상이 두드러지고, 다원화 현상…
1990년 아님 91년으로 기억된다. 당시 필자는 한 화랑에 기숙하고 있었다. 그때 심영철 작가의 전시며 작품을 처음으로 접할 수 있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그전인가 아님 이후 근처에 있는 한 갤러리에서 작품을 본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둠 속에서 은근한 빛을 발하는 네온…
우종택의 근작은 전작과 통한다. 전작에서의 주제와 형식논리를 심화 발전시킨 것인데, 특히 주제 면에서 그렇다. 그렇다면 전작과 근작을 관통하는 주제는 무엇인가. 바로 시원의 기억이 그것이다. 기억을 더듬어 시원을 밝히는 것이다. 밝히는 것이다? 시원을 누가 밝힐 수 있…
예술가 되기와 미친년 되기. 무슨 범죄인 초상사진 찍기라도 하듯 벽에 등을 기댄 작가가 정면을 쳐다보고 있다. 그렇게 무표정한 그의 얼굴이 무슨 표적이라도 되는 양 계란이 날아와 깨지면서 얼굴 위로 내용물이 흘러내린다. 처음에 부닥치는 순간 눈을 질끈 감았던 그는 이내…
부유하는, 생성하는, 이행하는 의미들랭보는 말이 원래의 지시적 의미를 잃고, 흐르는 구름처럼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시의 본성을 겨냥한 말이며, 시의 극단을 조준한 말이다. 시가 다만 개인적인 층위에서만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지적한 말이다. 시가 극단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