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화면에 장미가 빼곡하다. 빼곡하지만, 정작 장미를 쉽게 알아볼 수는 없다. 패턴화하고 양식화된 화면 속에 장미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단위원소(모나드)가 동어 반복되면서 패턴을 만드는 것을 모듈 구조라고 한다. 작가의 경우에는 하나의 장미가 반복 열거되면서 하나의 패턴을 만든다. 얼핏 하나의 장미 같지만 사실 똑같은 장미는 하나도 없으므로 비정형 모듈 구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작가는 잇대어진 사각형의 프레임 속에 장미 한 송이 한 송이를 일일이 손으로 그려 넣었다. 여기서 사각형의 프레임은 아마도 존재의 집을 상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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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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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은 소파에서 시작되었다. 원래 소파 속에 있었을 깃털 하나가 소파 밖으로 나와 있었다. 워낙 미세해 보이지도 않는 박음질 틈새로 삐져나온 것일 터이다. 혹 바깥에서 날아든 것이거나 아니면 우연하게 묻어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그렇게 깃털을 발견한다. 순백의…
유의랑의 작업실에는 방마다 새들 천지였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새들이 방이며 캔버스를 온통 차지하고 있어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그나마 겨우 앉을 공간과 샛길 정도가 나 있었지만, 작업에 몰입할 때면 자리란 자리는 새들에게 다 내어주고 까치발로…
같음(자기동일성). 다름(비동일성). 같음과 다름. 같음 혹은 다름. 같으면서 다른.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는. 그리고 있음(색). 없음(공). 있음과 없음. 있음 혹은 없음. 있으면서 없는.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작가 여명희는 근작에다 대략 이런 다소간 오…
거리의 예술 거리의 조각 환경조형물의 경우 거리에서, 다소간 정치적인 자연에서, 자연미술과 대지예술 마을미술프로젝트, 지붕 없는 미술관 도시재생사업 스트리트퍼니처와 도시공학 모든 사람은 예술가이다. 예술은 길거리에 있다(로트레아몽). 모든 것이 예술이다(한스 아르프).…
예외가 없지 않지만, 대개 그림은 작가의 자화상일 수 있다. 아예 자화상을 그린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이러저런 사물대상이나 자연현상에 자기감정을 이입한 경우들이다. 이런 알만한 형상을 소재로 한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외관상 어떤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추상회화에서마저 형식논…
정형준의 그림을 본 첫 인상은 흙바닥에 낙서한 것 같고 턱턱 갈라진 논바닥 같다. 그렇게 갈라진 틈새로 알듯 모를 듯 형태들이 빼곡하다. 빼곡하지만 복잡하지는 않다. 흙색에 바탕을 둔 중성적인 무채색조의 색감이 화면 전체를 지배하고 있어서 통일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적으로 1960년대는 동인의 시대다. 뜻을 같이하는 작가들이 모인 동인활동이 개인전보다 활발했고 주목받던 시기다. 그 중 논꼴동인이 있다. 1965년 창립 당시 남영희는 유일한 여성작가로서 동인에 참여했다. 당시만 해도 대개는 남성작가들 중심으로 동인활동이 이루어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