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미술관 개관 20주년 기념전 《우리의 여름에게》

2026년 7월 23일 오전 11시, 경기도미술관에서 개관 20주년 기념 대규모 청년작가전 《우리의 여름에게》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전승보 경기도미술관장, 조은솔·심민하 학예연구사와 참여 작가 10인이 참석했다. 전시 투어로 시작하여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이번 전시는 평면, 설치, 미디어, 조각, 공예, 디자인, 퍼포먼스 등 동시대 미술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청년 작가 26팀의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 기간은 7월 16일부터 9월 27일까지이며, 경기도미술관 전시실 1·2·3·4에서 열린다. 


전시장 내에 그려진 전시 도면

전시는 자유 동선으로 구성된다. 관람객은 입구에서 직접 접어 만드는 DIY 리플렛 케이스에 관심 있는 작가의 작품 안내문을 골라 담아갈 수 있다. 26팀 각각의 핵심 키워드를 전시실 곳곳에 흩어두어 관람객이 이를 이정표 삼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가들과 마주하도록 이끈다.

전시 투어에서는 조은솔 학예연구사가 각 작품을 안내했으며, 몇몇 작가들이 직접 자신의 작업을 설명하기도 했다.


ROS의 심다은 작가가 설명하는 〈네 개의 땅과 흙, 움직임, 소리〉(2026)

팀 알오에스(ROS)는 강원 양구, 경기 남양주, 전북 임실, 안산 네 곳의 야생 흙을 직접 채집해 설치물을 구축하고, 이를 무대 삼아 도자 악기 합주와 집단의 목소리로 흙의 기원을 찾아가는 퍼포먼스 〈뿌리기반사회〉를 선보인다. 

이어서 만날 수 있는 김보경 작가의 〈아칸서스 군락: 파도를 펼침 ver.3〉(2026)은 이미지 편집과 뜨개질을 혼합해 아칸서스를 표현한 작업이다. 작가는 아카이브 리서치를 바탕으로 우리가 체감할 수 없는 시간의 영역을 사유, 프린트, 텍스타일, 설치 등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상한다. 


전재우, 〈화장실은 2층에 없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2026, PVC 발포시트, 인쇄물, 가변설치, 경기도미술관 제작 지원


전재우 작가가 〈화장실은 2층에 없습니다. 불편을 끼쳐서 죄송합니다.〉(2026)를 설명 중인 모습

2층에 있는 전시장으로 가는 길에서부터 시작하는 전재우 작가의 〈화장실은 2층에 없습니다.〉(2026) 연작은 미술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건물에 들어가는 입구에서 시작하여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전시장 입구와 내부 등 다양한 곳에 설치되어 있다. 실제로 해당 층에 화장실이 부재한 미술관의 환경은 기관의 단점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작가는 이를 위트 있게 접근한다. 덧붙여 작가는 화장실이라는 소외된 공간에 항상 관심을 가져왔으며 뒤샹의 〈샘〉을 언급했다.그 상황에서도 미술관 어딘가에는 우리의 몸을 충실하게 받아내는 화장실이 존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큐레이터와 사전에 깊이 논의하며 치부가 될 수 있는 것이 오히려 하이라이트가 될 수 있다는 상호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고 밝혔다.


이소명, 〈질긴 걸음〉, 2024, 스팀밴딩한 오크, 옹이, 가변설치

이소명의 〈질긴 걸음〉은 스팀밴딩 기법으로 구부린 나무 조각들이 서로 기대어 서 있는 설치 작업으로, 하나의 기둥으로는 설 수 없지만 둘 이상이 맞닿아야 비로소 설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 우리 삶을 떠올리게 한다. 

조미예의 작업은 농사를 위해 나무에 묶었던 인공 유인끈이 나무를 파고들어 한 몸이 된 상태를 담은 것으로, 인간 중심적 개입이 남긴 흔적과 그 속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생명을 보여준다. 


장승태, 〈래핑 체어: 암체어 001-블루〉, 2025, 버려진 의자에 비닐, 섬유강화플라스틱, 107×81×71cm


장승태의 〈래핑 체어〉는 버려진 의자를 비닐로 감싸고 합성 처리한 조각으로, 관람객이 직접 앉아볼 수 있다. 작가는 쓰임을 다해 버려진 의자가 사람과 다시 몸을 맞대는 새로운 생명으로 부활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송승준은 DMZ, 체르노빌, 후쿠시마 같은 무인지대가 지구 전체로 확장된 세계관인 '초거대 녹색지대'를 기반으로 신작 〈호기심이 사라진 방〉을 선보인다. 16세기 유럽의 '분더카머(Wunderkammer)' 개념을 차용해 초거대 녹색지대의 사물들을 아카이브 형식으로 배치하며, "손 닿지 않은 자연에 대한 환상이 오히려 읽을 수 없는 세계를 은폐하는 현상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팀펄은 '세파퓨처리즘(Sepafuturism)'이라는 독창적인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세파리움: 메리골드의 잔상〉을 통해 관람객이 태블릿에 꿈을 입력하면 AI가 해몽을 이미지로 그려내는 인터랙티브 작업을 선보인다. 이윤재는 본인과 타인의 각막 지형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한 특수 필터를 카메라에 씌워 두 시선의 차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투 옵저버스〉를 출품했다. 이는 나쁜 시력을 교정해야 할 결함이 아닌 차이로 바라보게 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전시 투어가 끝난 이후 질의응답에서 전승보 관장은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와 방향성을 설명했다. 공공미술관에서 청년작가전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곳이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 모색》과 광주시립미술관 정도에 그친다는 점을 짚으며, 경기도미술관이 3년 주기로 청년작가전을 정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경기도 및 수도권 일대 청년 작가들을 과반수 이상 포함해 지역 기반의 창작 생태계를 지원하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올해 미술관의 의제가 ‘환대’와 ‘연대’임을 언급하며, 소장품 기획전에 이어 이번 청년작가 전시, 가을의 아시아 작가 전시까지 이어지는 흐름도 설명했다. 작가 선정에 대해서는 "특정 주제로 하나의 방향을 강제하기보다 청년 작가들이 스스로 발화하는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장르와 매체의 다양성을 염두에 두고 트렌드에 흔들리지 말고 소수 장르라도 보살펴야 할 작가들을 찾아내자는 방침이었다"고 밝혔다.


본 전시를 함께 기획한 심민하 학예연구사는 작년 9월부터 100여 명이 넘는 청년 작가를 조사한 뒤 내부 논의를 거쳐 최종 26팀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선정의 핵심 기준은 다양한 매체로의 확장 가능성이었다. “요즘 청년 작가들은 하나의 매체에만 머무르지 않고 복합적인 성격을 띠는 경향이 있다. 어느 하나로 귀결되기보다 더 나아갈 가능성이 있는 작가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조은솔 학예연구사


전시 사전 프로그램으로 두 차례의 라운드 테이블이 진행됐으며, 여기서 도출된 26팀의 키워드는 신체, 환경, 구조, 기록, 물질, 경계로 총 여섯 가지 상위 키워드로 묶였다. 이는 추후 발행될 전시 도록의 중심축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개막식은 7월 16일 ROS의 오프닝 퍼포먼스 〈뿌리기반사회〉로 문을 열었으며, 이 퍼포먼스는 9월 19일 한 번 더 선보일 예정이다. 

미술관의 의제와 이번 전시의 핵심 키워드인 ‘다양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전시였다. 장르 간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지고 세상을 다각도로 바라보고 이해해야 하는 동시대에, 청년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매체의 확장성과 동시대 예술의 또 다른 잠재성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경기도미술관이 지향하는 ‘환대’와 ‘연대’는 기관과 지역의 범위를 넘어, 제도권 미술관이 새로운 방향을 탐구하는 청년 작가들과 그들의 작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동시대 미술의 가능성을 확장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본 지와의 질의응답
Q. (서울아트가이드) 청년 작가를 선정한 기준과,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 신작 중 미술관 소장 예정인 작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심민하 학예연구사) 작가 선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다양한 매체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이었습니다. 소장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으며, 추후 내부 회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입니다.

아래는 타매체와 경기도미술관의 질의응답이다.

Q. 다양한 작가들의 개성을 아우를 수 있는 큰 틀이 있는지, 그리고 20주년을 맞아 청년 작가 지원의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A. (전승보 관장) 하나의 기획 의도로 끌고 가기보다 청년 작가들이 스스로 발화하는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으로는 3년 주기로 청년작가전을 정례화하고, 작가들을 미리 선정해 작업 과정 자체를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Q. 청년 작가들의 작품 판매와 생계 지원에 대한 공공미술관의 역할이 궁금합니다.
A. (전승보 관장) 공공미술관은 비영리 법인으로서 작품 매매를 할 수 없습니다. 다만 미술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한 공공적 역할, 즉 작가들이 실험하고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공공 영역의 연구와 개발도 계속 고민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