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1회 졸업생 한진수 명예교수, 100세 맞아 상수전 개최
해방 이후 첫 미대 졸업생의 평생 미술 교육과 화업 기리는 전시 열려
한국 최초의 미술대학인 이화여자대학교 예림원 미술과의 1회 입학생이자 졸업생인 석정 한진수 명예교수가 올해 100세를 맞아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은 6월 9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이화아트센터에서 ‘한진수 교수 상수전(上壽展)’을 개최한다. 상수는 100세의 나이를 이르는 말로, 이번 전시는 평생을 화가이자 미술 교육가로 살아온 한 명예교수의 삶과 예술 세계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 명예교수는 광복 직후인 1945년 10월 문을 연 이화여대 예림원에 입학해 1949년 1기로 졸업했다. 이는 국내 대학에 미술과가 개설된 이후 남녀를 통틀어 첫 미대 입학생이자 졸업생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졸업 후에는 동구여상에서 20년 가까이 미술 교사로 근무했으며, 이후 모교인 이화여대 미술대학 교수로 부임해 정년퇴임할 때까지 평생을 미술 교육 현장에 헌신했다.

사진 김달진
이번 전시에서는 대학 교수가 곧 유명 작가로 통용되던 세속적인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묵묵히 교육과 창작에만 몰두해 온 한 명예교수의 초연한 예술가적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평론가들은 그가 화가로서 자신을 알리는 명성보다는 교육가로서의 정체성에 충실하며 자기만족과 내면의 미를 추구해 왔다고 평가한다.

사진 김달진
한 명예교수의 작품 세계는 주변의 소박한 자연과 일상적인 소재를 치밀하면서도 담담하게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의 대표적인 예술관이 담긴 글 <내가 소녀를 그린다면>을 보면 “청순한 소녀의 모습을 마음으로 받아들여 충분한 조형력으로 명료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조형력(造形力)이란 머릿속으로 생각한 형태나 아름다움을 그림이나 조각 같은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모습으로 만들어내는 힘을 뜻한다. 즉 주변의 대상을 마음으로 깊이 이해하고 아름다운 시각 예술로 순화해 내는 것이 참다운 예술이라는 뜻이다.

사진 김달진
또한 한 명예교수는 “자연의 내적인 미를 추구하려는 노력을 몸에 지니고 있지 않은 화가는 진정한 화가라고 할 수 없다”는 격언을 남기기도 했다. 이는 예술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지근(至近), 즉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자연의 참된 아름다움을 찾아내려는 그의 고집스러운 노력이 작품마다 고스란히 배어 있다.


사진 김달진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진수 선생이 올해로 상수를 맞은 것은 평생 한길을 걸어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완성했기 때문에 축복”이라며 “그가 선택한 소박한 모티브와 담담한 표현 속에 시와 음악 같은 내밀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평했다.
이번 전시의 오프닝 리셉션은 6월 9일 오후 5시에 진행됐다. 안혜리 이서회 회장 사회로 문경원 조형대학장 인사, 김예진 아키비스트의 약력소개. 천동옥 서양화가 따님으로 가족 대표인사, 조은정 미술사가의 작품세계, 이대 전 현직교수, 제자, 미술계 관계자 참석으로 성황을 이루었다.

이대 전직 교수: 장화진, 한진수, 강애란, 김형대, 조정현 / 사진 김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