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화면에 장미가 빼곡하다. 빼곡하지만, 정작 장미를 쉽게 알아볼 수는 없다. 패턴화하고 양식화된 화면 속에 장미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단위원소(모나드)가 동어 반복되면서 패턴을 만드는 것을 모듈 구조라고 한다. 작가의 경우에는 하나의 장미가 반복 열거되면서 하나의 패턴을 만든다. 얼핏 하나의 장미 같지만 사실 똑같은 장미는 하나도 없으므로 비정형 모듈 구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작가는 잇대어진 사각형의 프레임 속에 장미 한 송이 한 송이를 일일이 손으로 그려 넣었다. 여기서 사각형의 프레임은 아마도 존재의 집을 상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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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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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일상의 정경 위로 부유하는 사물들사람들은 꿈을 꾼다. 꿈은 억압된 현실의 침전물이기도 하고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이상의 반영이기도 하다. 흔히 허무맹랑한 꿈을 개꿈이라고 한다. 이런 개꿈이 없지 않겠지만, 대개 꿈은 억압된 현실을 반영하고 이상을 반영하고 욕망…
배남경, 도시의 그림자와 희미한 추억도시의 그림자. 배남경이 자신의 근작에 부친 주제다. 여기서 도시는 작가의 현실인식을 말하고, 그림자란 정서적 환기를 뜻한다. 작가는 도시적 감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감성 그대로를 옮겨 그리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감성의 표면이…
홍순희, 선남선녀들의 초상을 경유한 나에게로의 여행전작에서 홍순희는 만개한 꽃을 그렸었다. 장지에 분채로 그린 꽃은 꽃의 실재를 닮아있으면서도 작가 나름의 변형을 가해 그린 그림이었다. 꽃의 실재보다는 변형에 의한 분위기가 강조되는 그림이었다. 꽃들이 배경화면과의 경계…
허희재, 살아있는 것들의 비의를 숨겨놓고 있는 꽃 화가들이 즐겨 그린 소재로는 무엇이 있을까. 이런저런 소재들이 있지만, 아마도 인체와 자연, 풍경과 정물이야말로 가장 많이 그린 소재들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꽃은 단연 주목되는데, 인체와 자연, 풍경과 정물의 맥락을 …
샌정, 미로의 길샌정의 그림은 문학적이다. 소설보다는 시적이고, 서사보다는 서정적이다. 소설과 시는 언어를 사용해 의미를 전달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다. 상대적이긴 하지만 소설이 명료한 언어를 사용해 분명한 의미를 전달한다면, 시는 언어와 언어의 관계에 주목하고 그 관계…
모준석, 존재와 관계의 메타포 모준석은 동 선이나 동 파이프를 이용해 조각을 한다. 일종의 바디를 만든 연후에 바디를 모형 삼아 조각을 하는데, 먼저 만들고 싶은 형태 그대로의 바디를 흙으로 빚어 만들고 이를 석고로 떠낸다. 이렇게 만든 모형을 실측 그대로 조각으…
차기율, 방주를 짓고 강목을 짓고 우주를 짓고 존재를 짓다예외가 없지 않지만 대개 형식논리가 강한 작업에서 주제는 형식적이거나 무의미한 것이어서 작업과 주제와의 연관성이 별로 없는 편이다. 이에 반해 서사가 강한 작업에서 주제는 작업의 의미내용을 압축하거나 상징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