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화면에 장미가 빼곡하다. 빼곡하지만, 정작 장미를 쉽게 알아볼 수는 없다. 패턴화하고 양식화된 화면 속에 장미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단위원소(모나드)가 동어 반복되면서 패턴을 만드는 것을 모듈 구조라고 한다. 작가의 경우에는 하나의 장미가 반복 열거되면서 하나의 패턴을 만든다. 얼핏 하나의 장미 같지만 사실 똑같은 장미는 하나도 없으므로 비정형 모듈 구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작가는 잇대어진 사각형의 프레임 속에 장미 한 송이 한 송이를 일일이 손으로 그려 넣었다. 여기서 사각형의 프레임은 아마도 존재의 집을 상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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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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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낭만주의의 적자평원이, 평평하게 펼쳐진 풍경이 있다. 윤병운이 그린 거의 대부분의 그림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평원은 작가의 또 다른 모티브 중 바다와 통한다. 평원이나 바다는 그 가장자리를 화면 속에 다 가둘 수 없을 만큼 길다. 그래서 광활하고 아득하고 먼 느낌…
다발킴, 무의식의 박제사황제에 속하는 동물, 향료로 방부 처리하여 보존된 동물, 사육동물, 젖을 빠는 돼지, 인어, 전설상의 동물, 주인 없는 개, 이(곤충) 분류에 포함되는 동물, 광폭한 동물, 셀 수 없는 동물, 낙타털과 같은 미세한 모필로 그릴 수 있는 동물, 물…
조각의 길. 이일호가 이번 전시에 부친 이 주제는 근 40년 넘게 조각과 씨름해온 작가의 이력을 생각하면 약간 의외다 싶다. 조각의 길이 뭔지를 묻고 있는 것인데, 그 물음 속엔 조각에 대한 지와 무지가 함께 들어있다. 조각에 대한 확신과 신념(그의 표현으로는 사랑)이…
포장은 상품의 옷이다. 자본주의 풍경을 보려면 재래시장보다는 마켓에 가야한다. 마켓에 진열된 상품들은 어김없이 포장돼 있다. 여기서 포장은 상품을 보호하고,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포장의 기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바로 유혹하는 기술을 수행한다.…
하이드홀릭(Hideholic). 최유희가 자신의 그림에 부친 주제다. 무슨 정신 병리학적이고 심리학적인 전문용어를 연상시키는 이 말은 작가가 만든 조어로서 은폐충동을, 그리고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숨기 혹은 숨기기 놀이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숨고, 무엇을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