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화면에 장미가 빼곡하다. 빼곡하지만, 정작 장미를 쉽게 알아볼 수는 없다. 패턴화하고 양식화된 화면 속에 장미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단위원소(모나드)가 동어 반복되면서 패턴을 만드는 것을 모듈 구조라고 한다. 작가의 경우에는 하나의 장미가 반복 열거되면서 하나의 패턴을 만든다. 얼핏 하나의 장미 같지만 사실 똑같은 장미는 하나도 없으므로 비정형 모듈 구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작가는 잇대어진 사각형의 프레임 속에 장미 한 송이 한 송이를 일일이 손으로 그려 넣었다. 여기서 사각형의 프레임은 아마도 존재의 집을 상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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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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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영 / 밤이 열어 보이는 세계
어릴 적에 곧잘 아버지의 술심부름을 한 적이 있다. 술심부름을 위해선 숲길을 지나쳐가야 한다. 낮에도 지나다니는 길이지만, 밤에는 왠지 같은 길이 아닌 다른 길처럼 느껴졌다. 동네 청년들이 아름드리나무 밑에서 개를 잡아먹는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실제로 허연 뼈다귀가 발…
이보람 / 관능적이고 섹시하고 유혹적인 희생자
Cut-out. 잘라낸다. 그리고 이로부터 임의적이고 자의적으로 편집한다는 의미가 파생된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왜 잘라내는가. 이보람이 자신의 근작에 부친 이 주제는 탈맥락과 재맥락의 과정을 거쳐 실제가 이미지로 가공되고 재생산되고 소비되는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
홍인숙 / 내가 누이였을 때
홍인숙, 내가 누이였을 때홍인숙의 그림의 원천은 가족사와 개인사에서 시작된다. 그 원천에 의하면 작가는 집안에서 큰딸이며 큰누나로 통한다. 예로부터 큰딸은 살림밑천으로 여겨졌었다. 자기 몫의 삶을 살기보다는 가족을 위해서 희생하는 삶을 살기 마련이다. 그래서 큰딸은 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