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화면에 장미가 빼곡하다. 빼곡하지만, 정작 장미를 쉽게 알아볼 수는 없다. 패턴화하고 양식화된 화면 속에 장미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단위원소(모나드)가 동어 반복되면서 패턴을 만드는 것을 모듈 구조라고 한다. 작가의 경우에는 하나의 장미가 반복 열거되면서 하나의 패턴을 만든다. 얼핏 하나의 장미 같지만 사실 똑같은 장미는 하나도 없으므로 비정형 모듈 구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작가는 잇대어진 사각형의 프레임 속에 장미 한 송이 한 송이를 일일이 손으로 그려 넣었다. 여기서 사각형의 프레임은 아마도 존재의 집을 상징하
칼럼 외부칼럼
고충환
LAST PUBLISHED
ALL(1,053)
박소영 / 잡생각이 풀어내는 의미의 다발신부가 벽속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왜 벽속으로 들어갔을까. 부끄러워서? 아마도 그녀가 본성적으로 부끄러워하고 다소곳하고 우호적이고 여성스럽다는 생각은 가부장적 생각의 착각일 것이다. 그러므로 그녀는 부끄러워서 벽속으로 들어간 것 …
김경례 / 심안으로 본 풍경눈을 감으면 보이는 그림이 있다. 대개는 눈을 감기 직전에 보았던 현실의 잔상이지만, 그것도 잠시뿐 그 실체를 알 수도 그 깊이를 헤아릴 수도 없는 오리무중의 그림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아니, 파노라마처럼 연이어진다기보다는 한자리에서 깊어졌…
최승호 / 반기능주의와 재정의되는 사물들가장 기능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다. 일체의 장식미를 배제한 기능주의의 산물이며 모토다. 사물의 가장 기능적인 정점을 겨냥한 사물의 경제학이다. 그렇다면 사물이 기능을 상실했을 때에도 여전히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적어도 기능주의의…
정보경 / 욕망의 꽃, 존재의 꽃그림을 그릴 때 머리로 그리는 사람이 있고(주지주의), 손으로 그리는 사람이 있고(도구주의), 가슴으로 그리는 사람이 있다(주정주의). 대개는 머리와 손과 가슴이 상호작용하고 상호 간섭하는 편이지만, 그림을 그리는 경향성을 편의상 이렇게…
이길원 / 너에게, 그리고 나에게 쓰는 편지이길원은 전작에서 예술의 사회적 의미를 주제화하는 것으로 그림을 시작한다. 옛 봉천동 달동네를 소재로 한 것인데, 게딱지처럼 다닥다닥 붙은 판잣집 군락을 화면 가득히 그려 넣은 것이었다. 세부가 생략된 것이나 정경이 최소한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