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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아카이브로 한국미술 돌아보기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미술아카이브(8)
부채그림 : 일상에 시원한 바람과 평안
올해 8월은 유난히 거센 폭염이 한반도를 뒤덮었다. 경남 양산에서는 섭씨 40도를 넘는 기록적인 기온이 며칠째 이어져 전국의 톱뉴스가 되었고, 무더위와 가뭄으로 인한 크고 작은 피해가 연일 전해졌다. 이처럼 뜨거운 계절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활용품은 단연 부채이다. 부채는 단순히 바람을 일으키는 도구를 넘어 예부터 상대방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선물하던 정겨운 생활문화의 상징이었다. 잘 만들어진 부채 하나를 건네는 일은 '일상에 시원한 바람과 평안함이 늘 함께하기를 바란다'는 가장 따뜻하고 품격 있는 인사의 표현이었다.
더욱이 부채는 화가와 서예가들에게는 계절의 정취와 예술혼을 담아내는 특별한 화폭이었다. 둥근 합죽선이나 접었다 펼 수 있는 접선, 궁중에서 사용하던 대륜선과 의장용 부채 등 우리나라의 부채는 쓰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으며, 그 위에는 산수와 화조, 사군자, 인물, 길상문양, 시와 서예가 어우러져 한 폭의 예술작품으로 완성되었다. 이러한 선면(扇面) 예술은 종이나 비단이라는 제한된 공간안에 자연과 인간의 감성을 응축해 표현하는 독특한 미학을 보여주며, 회화와 서예, 공예가 하나로 융합된 한국 전통예술의 중요한 장르로 자리매김하였다. 특히 부채는 사용하지 않을 때에도 감상과 수장의 대상이 되었고, 문인과 예술가들은 여름철 교유(交遊)의 증표로 서로의 부채에 그림과 글을 남기며 우정을 나누었다.
현대에 들어서도 선면예술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이어졌다. 1990년 6월 백악예원에서는 대규모 회원이 참여한 한국선면예술가협회 창립전이 개최되어 선면예술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였다. 이후 전시는 회를 거듭하면서 원로 초대작가를 비롯해 일본과 중국 작가들의 특별출품이 더해졌고, 지방 순회전으로까지 확대되며 선면예술의 저변을 넓혀 나갔다. 이는 전통 부채가 생활용품을 넘어 현대미술 문화 속에서도 독립적인 예술 장르로 계승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흐름이었다.
현재 연재하고 있는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소장품 아카이브의 여덟 번째는 바로 이러한 부채 그림을 소개한다. 한국화가 변관식, 나상목, 김옥진, 민경갑, 이억영, 이영복, 서양화가 김구림, 조문자, 서상환, 서예가 김규진, 손재형, 손동준, 미술평론가 이경성, 유홍준, 윤진섭 등 작품과 성능경의 퍼포먼스 후 오브제로 남아있는 부채도 있다. 작가와 공상구 마이아트옥션 대표 기증, 수집품이다. 선면에 담긴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은 시대와 개성은 서로 다르지만, 작은 화면 속에 자연을 향한 시선과 삶의 여유, 그리고 품격 있는 미감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무더위가 계속되는 이 여름, 선면예술이 전하는 시원한 바람과 은은한 정취를 통해 잠시나마 일상 속에서 예술적 영감과 마음의 여유를 얻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