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개관한 박서보미술관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단색화의 대가 박서보가 평생 꿈꾸었던 미술관이 타계 3년 만에 마침내 문을 열었다. 수차례 좌절과 계획 변경을 거친 끝에 그의 작업실이 있던 연희동에서 꿈이 실현됐다.
박서보미술관의 역사는 1990년대 안성 화실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2019년에는 영국 런던 근교 레딩에 2,000평 규모의 미술관을 세운다는 계획이 발표됐고, 2020년에는 고향 경북 예천에서 공립미술관 건립이 본격 추진됐다. 그러나 건축가 선정과 공공건축 제도 등의 문제로 2023년 사업이 중단됐다. 2021년에는 가나문화재단·자문밖문화포럼·종로구청이 ‘자문밖 미술관 프로젝트’를 출범시키며 박서보단색화미술관, 김창열미술관, 최종태조각관 등을 제안하고 전시까지 열었지만 예비타당성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23년 3월에는 제주 서귀포 JW메리어트 부지에서 박서보미술관 기공식이 열렸다. 필자 역시 현장을 지켜봤지만, 관광 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으로 사업은 멈춰 섰다. 이후 박서보재단은 연희동 작업실 인접 부지에 기념관을 구상했고, 이를 미술관으로 확장해 2026년 8월 21일 개관에 이르렀다. 거목은 떠났지만 그의 정신은 서보미술문화재단, 박서보재단, 박서보장학재단을 통해 사회로 환원되고 있다. 서보미술문화재단은 큰아들 박승조가 이사장, 1994년에 설립 서보미술문화공간을 서울 마포구 성산동과 제주에 운영한다. 박서보재단은 둘째아들 박승호가 이사장, 2019년 기지재단으로 출발 2023년 명칭을 박서보재단으로 변경했고 서대문구 연희동에 박서보미술관을 개관했고 제주에 박서보의 집도 있다. 박서보장학재단은 2022년 설립했고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역임한 배순훈이 이사장이다. 딸 박승숙은 미술심리치료사이다.

박서보미술관 외관 사진, 박서보미술관 제공, 사진 남궁선
개관 행사는 8월 18일부터 나흘간 이어졌다.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미술관과 개관전을 처음 공개했고, 19일 VIP 초청 행사에서는 부인 윤명숙 여사가 대표로 간단한 인사를 했다. 20일 일반 초청 행사에서는 이우환 화백이 축사를 통해 박서보와 단색화의 역사적 의미를 회고했다. 21일 공식 개관과 함께 일반 관람이 시작됐으며, 오후에는 흐엉 도딘, 이지호 전남미술관장, 박승호 이사장, 이유진 이사가 참여한 전시 토크가 열렸다. 22일에는 지역 주민 초청 행사까지 이어져 미술관은 지역과 함께하는 문화공간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19·20일에는 홍대입구역과 미술관을 잇는 BMW 의전 셔틀을 운행했고, 윤명숙·박승숙 공저 『명랑한 독립』을 선물하며 따뜻한 환대를 전했다.
미술관은 건축가 최문규 연세대 교수가 설계한 지하 2층·지상 3층, 연면적 약 2,000㎡ 규모다. 세 개의 전시실과 커뮤니티 공간, 야외정원을 갖췄으며 개관전 《박서보와 흐엉 도딘: 비움 그 충만》을 내년 1월 3일까지 개최하며 관람료는 5,000원이다. 박서보 25점과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베트남 출신 여류화가 흐엉 도딘의 작품 17점, 모두 42점을 통해 반복과 절제, 비움이 만들어내는 깊은 공간을 보여준다. 특히 3층 큐브 공간의 백색 묘법 대형 작품 3점은 처음 공개돼 큰 의미를 더했다. 이어 국제갤러리는 8월 24일부터 10월 18일까지 박서보 작고 3주기 회고전 《변하는 변하지 않는》을 열어 1967년 연필묘법부터 말년 마지막 신문지묘법까지 50여 년 예술세계를 다시 조명한다.


박서보ⓒ 사진 김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