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의 미래들》 2026.6.15 개막식. 왼쪽부터 조규일 진주시장, 오수환 감사패, 김기라 명예시민증 ⓒ 사진 김달진
 

국내 주요 국공립미술관들의 수장 임기 만료와 공석 사태가 맞물리면서 한국 미술계가 대대적인 인적 교체기를 맞이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 국립미술관 분관 건립 사업들이 지자체 간 갈등과 행정 착오로 난항을 겪거나 예산 확보 문제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9월 중순 김성희 관장과 김인혜 학예연구실장의 임기가 일주일 간격으로 잇따라 만료된다. 하마평과 기관의 운영과 전시를 책임지는 두 핵심 축이 동시에 바뀌면서 교체기 업무 공백에 대한 우려와 인적 쇄신에 대한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미술관은 지난 6월 6일 학예연구직 3개 분야(작품보존, 국제교류, 전시) 경력 경쟁 채용의 서류 합격자 12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6월 16일부터 18일까지 오전에 논술형 필기시험을 치르고 오후에 면접시험을 거쳤으며 최종 합격자는 7월 10일 발표된다. 부산현대미술관 강승완 관장이 4년 임기를 마치고 6월 26일, 대전시립이응노미술관 이갑재 관장도 6월 30일 퇴임했다. 아르코미술관이 작년 6월 임근혜 관장이 퇴임후 공석으로 문화기반본부장이 겸직하고  대구미술관장도 지난해 말 이후 공모없이 현재까지 공석이다. 오는 9월에는 전북도립미술관장 이애선 관장 임기가 끝나고, 행정직인 수원시립미술관 남기민관장도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제주도립미술관 이종후 관장이 11월, 대전시립미술관 윤의향 관장이 연말까지로 알려져 있고  전국적인 미술관장 공모 절차가 이어질 전망이다.

미술계 전문가들은 수차례 국내 국공립미술관장 임기가 대부분 2-3년에 불과하여 구조적인 한계를 내재하고 있음을 지적했고, 나도 연초 데일리아트와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다. 이 짧은 임기에는 행정 업무를 파악하고 조직을 안정시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어, 미술관의 장기적인 비전 수립과 독창적인 전시 기획이 어렵다. 또한 임용 과정이 지자체장의 교체나 정치적 연계에 취약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포항시립미술관 김갑수 관장과 성북구립미술관 김보라 관장은 개관 이후 15년 이상 관장이 연임하며 전문성을 축적한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장기적인 계획 아래 지역 미술사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주요 소장품을 확보하여 안정적인 지역 미술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성북구는 최만린미술관에 이어 서세옥미술관·윤중식미술관 건립을 추진 중이며, 포항시립미술관은 2027년 개관을 목표로 신관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 사진 김달진


이처럼 미술관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수장 공백 방지와 제도 개선이 요구되는 가운데, 외형적인 국립미술관 건립 사업들은 곳곳에서 행정 정체 현상을 겪고 있다. 서울 송현동 부지의 이건희기증관(가칭)은 국제설계공모 결과가 발표되었으나 그 후 진척이 공개된게 없다. 국립현대미술관 대전관은 등록문화재인 옛 충남도청사의 노후화와 내진 보강 문제를 면밀히 파악하지 못해 사업비가 453억 원에서 843억여 원으로 급증하면서 한국개발연구원의 타당성 재조사를 받게 되었다. 대구 국립근대미술관 역시 대구시가 부지를 옛경북도청에서 대구교도소 후적지로 변경하려다 문화체육관광부 연구용역 결과 원안이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면서 행정력과 시간만 낭비했다는 지적이다.

반면 진주시는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건립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신축 이전하는 국립진주박물관의 기존 건물을 362억 원을 투입해 현대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최근 정부 예산에 기본 설계비 3억 원이 최종 반영되며 문체부로부터 사업의 연속성을 공식 인정받았다. 이러한 성과를 기념하듯 대규모 기획전 《이미지의 미래들―서사하는 기억, 채색화를 넘어》가 진주 철도문화공원 차량정비고,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국립진주박물관 등 세 곳에서 분산 개최되고 있다. 미디어작가 김기라 예술감독이 이끄는 이번 전시는 3차례 진행되었던 전통 채색화의 개념을 확장하여 오늘날 이미지가 기억되고 소통되는 방식을 회화·설치·미디어·조각 등 다양한 매체로 탐구한다. 6월 15일 열린 개막식에서 조규일 진주시장은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설립 사업이 부처 협의 등을 거치며 80-90% 수준까지 진척되었다”라며 유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수정)  2026.6.30. 1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