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화면에 장미가 빼곡하다. 빼곡하지만, 정작 장미를 쉽게 알아볼 수는 없다. 패턴화하고 양식화된 화면 속에 장미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단위원소(모나드)가 동어 반복되면서 패턴을 만드는 것을 모듈 구조라고 한다. 작가의 경우에는 하나의 장미가 반복 열거되면서 하나의 패턴을 만든다. 얼핏 하나의 장미 같지만 사실 똑같은 장미는 하나도 없으므로 비정형 모듈 구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작가는 잇대어진 사각형의 프레임 속에 장미 한 송이 한 송이를 일일이 손으로 그려 넣었다. 여기서 사각형의 프레임은 아마도 존재의 집을 상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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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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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추상회화; 1958-2008전 공간과 물성 (서울시립미술관)공간과 물성 이제는 전설이 돼버린 말이지만, 한국현대미술은 미군의 군홧발에 묻어서 들어왔다고들 한다. 이는 1950년대 당시 일본의 미술수첩과 미군의 라이프지에 소개된 유럽의 앵포르멜과 그 미국식 버전인 추…
비정형의 형상 위에 덧그려진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자들, 깨진 접시 위에 흩뿌려진 물감의 흔적들, 그리고 화면 밖으로 돌출된 박제된 사슴뿔 등의 오브제, 이렇게 줄리안 슈나벨의 회화는 온갖 이질적인 요소들이 공존하지만 낯설기는커녕 오히려 친근하다. 그의 회화는 부조…
김봉태의 회화춤추는 상자, 집과 일상성의 표현춤추는 상자, 이는 김봉태의 근작을 지지하는 주제이다. 물론 상자가 춤을 춘다는 표현은 비유적으로 사용된 말이다. 일상 속에는 온갖 형태의 상자들이 있고 그 상자의 기본형은 하나같이 네모다. 심지어 현대인의 일상을 네모에 빗…
모란미술관 오늘의 한국조각전조각의 허물 혹은 껍질 모란미술관의 연례적 기획인 <오늘의 한국조각>은 한국현대조각을 대표하는 작가를 재조명하는 전시로서, 사실상 미술사(美術史)적인 성격과 의의를 갖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을 테지만, 그러나 최근의…
그림자, 신의 현현(顯現) 실존주의는 인간의 존재조건을 상실감으로 본다. 좌표를 상실하고, 신을 상실하고(니체), 중심을 상실하고(한스 제들마이어), 세계를 상실한(루돌프 니콜라우스 마이어) 부재의 시대에 존재해야 하는, 아이러닉한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내야 하는 부조리…
나무, 근원적 형상과 자연의 원형 이길래의 작업은 노동집약적인 직조(直彫)라는 전통적인 조각의 미덕을 견지하면서도, 동시에 탈조각의 가능성을 띠고 있다. 그러니까 매스를 결여한 형태나 안과 밖이 서로 통하는 구조 그리고 특히 조각이면서도 회화적인 상황의 연출로써 전통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