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와 이미지의 유기적인 관계를 고찰하는 화가
고낙범(1960 -
고낙범은 색채를 바탕으로 인간의 시각적 한계를 넓히는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색채와 이미지의 유기적인 관계를 정교하게 고찰하는 화가이다. 그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는 1987년 한국 미술계에 대안적 미술 운동의 새 바람을 일으켰던 소그룹 ‘MUSEUM’의 창립 회원으로 참여하며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989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직 1기 공채로 입사해 1995년까지 약 6년간 학예연구사로 근무했다.
미술관에서 고전 명화들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전시를 기획했던 경험은 그의 예술 세계를 관통하는 중요한 바탕이 됐다. 1995년 전업 작가로 전환한 그는 계원조형예술대학교 겸임교수 등을 역임하며 후학을 가르쳤다. 동시에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개인전 및 단체전을 지속적으로 개최하며 입지를 다졌다.
그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작업은 고전 명화를 분석해 고유의 색채 띠로 바꾸는 ‘뮤지엄 프로젝트(Museum Project)’다. 이는 역사적 도상들이 지닌 시각적 정보와 줄거리를 제외하고 오직 순수한 수평과 수직의 색채 스펙트럼으로 화면을 재구성하는 시도다. 관람객에게 전혀 새로운 시각적 경험과 개념적 사유를 제안했다는 평을 받는다. 여기서 개념적 사유란 눈에 보이는 형태 너머에 숨겨진 예술가의 의도나 철학적 의미를 깊이 생각해보는 것을 뜻한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를 비롯한 역사적 인물들의 정신세계를 다채로운 색채로 시각화하는 대형 초상화 시리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작업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똑같이 그리는 극사실주의적 태도와 한 가지 색 가지만을 사용하는 단색화 회화의 경계를 정교하게 넘나드는 치밀함을 보여줬다. 그 결과물로 탄생한 ‘아웃오브블루(Out of Blue)’ 와 ‘모닝글로리(Morning Glory)’ 등의 연작 시리즈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그의 회화적 탐구는 수직과 수평이라는 정형화된 틀을 넘어 사선, 오각형, 원과 같은 기하학적 요소들을 화면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현재 서울 마포구 연남동 화실을 중심으로 창작에 몰두하고 있는 작가는 회화의 본질인 색채를 매개로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